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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훈수정치'’라고도 불리 우고 있는 이러한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관심 표명은 국정 유경험자의 경험 전수라는 면에서 볼때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란게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역과 계층에 따라 심각한 대립과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현실 정치에 대한 발언은 상당히 절제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남지역에 대한 인식 표명과 호남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노출은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대통령에 당선 될 때 어느 지역의 지지로 당선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영남 출신인 그는 정작 영남지역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지 못하였으며 호남지역의 높은 지지가 그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더욱이 그가 재임 중 몇 차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였을 때에도 호남민들의 한결같은 지지는 그로 하여금 위기를 극복케 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퇴임 후 호남 지역의 정치적 위상을 폄하하는 발언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욱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호남, 특히 광주?전남지역의 사정은 많이 어려워져가고 있다. 정부 개발계획에서 영남이 2개의 권력으로 나뉘어진 반면 호남은 하나의 권역으로 묶여져 예산배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지게 되었는가 하면, 광주?전남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이 불투명해짐으로써 이 지역민들이 겪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데 호남인들의 지지로 당선되었던 영남 출신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후임 정부의 지역 차별정책에 대해 충고하고 만류함으로써, 호남인들의 상실감을 위로하여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만 표출과 함께 “그렇게 해서는 재집권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도 적절한 언동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전직 대통령이라면, 퇴임과 함께 권력의 향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옳은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이 어디로 넘어가든 그것은 전직 대통령의 판단이 아닌 국민전체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호남 출신 민주당 의원들의 역할에 대하여 호남민들 모두가 공감하고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드라도 그것은 호남민들 스스로 토론하고 비판할 문제이지 노무현씨가 왈가왈부할 성질은 아닌 것이다.

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의견 표출을 지켜보면서 일국의 대통령은 재임 중의 행적도 중요하지만 퇴임 후의 행적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미국에서 재임 중 가장 인기가 없었던 대통령 가운데 한명이 지미카터였다. 그러나 카터 대통령은 퇴임 후의 모범적 행동으로 말미암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바라건데 민주당의 후보로, 호남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자마자 민주당을 분당시켜 정권 재창출의 기회를 놓치게 만듦으로써 결과적으로 호남지역의 어려움을 초래케 한 사람으로써 호남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전직 대통령의 언동에는 그 나름의 금도(襟度)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