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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제 12기 자문위원 구성을 두고 안팎으로 많은 논란들이 없지 않다. 헌법 제92조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의 헌법기관으로서 '평화통일 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는 민주평통은 그동안에 정치권을 포함하여 국민들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였던 그저 평범한 조직 가운데 하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데, 최근 여야 정치권간에 그 구성을 둘러싸고 성명전이 전개되는 등 관심이 증폭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해외지역을 포함하여 대략 1만3천여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되는 민주평통은 지난날에는 그 지역에서 비교적 행세께나하는 유지들이 하나씩 얻어 걸치는 국가명예직 비슷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고, 때문에 그 구성 연령층 또한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번 평통위원이 되면 거의 종신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연임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어서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 일부 세대교체를 단행하여 40~50대의 중장년층이 참여하게 되었고, 그 전문성도 다소 보완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평통이 시대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이른바 원로기구적 성격을 탈피하지 못한 가운데 인구의 과반수가 넘는 40대 이하 젊은 층을 소외시켜온 것을 분명히 시대착오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평통이 제12기 자문위원을 구성하면서 젊은층의 대거 수혈을 통하여 세대교체를 도모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문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 정당까지 가세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 민주평통의 조직이 방대하여 여론 형성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자칫 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1만3천여명에 이르는 자문위원은 전국 230여 기초자치단체별로 협의회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로서 여론형성에 상당히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자문위원 구성 작업이 부분적 개선이 아닌 파격적 개혁에 가깝다는 점이다. 기존의 자문위원 선정은 대행기관장으로서 지역협의회를 지원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회장이 협의하여 일정 수를 추천하고 통일부 등 유관기관에서 일정 수를 추천하여 구성하기 때문에 지극히 폐쇄적이기는 하였으나 밖으로 말들이 새나갈 염려는 없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 인선과정은 추천 권한을 가진 지역추천위원장을 공모하여 그를 중심으로 한 6~7명의 추천위원들이 협의하여 자문위원을 추천하도록 하였는데, 지역추천위원장 선정과정에서 여권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다고 하는 것이 이른바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의 비난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민주평통은 초당파적 자문기구라는 그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권이 방계조직이라는 인식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제12기 위원의 인선은 내년 봄 지자체선거와 멀게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폭 물갈이가 이루어진 데에서 이것이 여권의 선거 전략의 일환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평통에 참여하여 온 필자가 보기에 위원 구성의 노령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평통의 노력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젊은층이라고 하여 모두 낫다는 논리는 잘못될 수 있으며, 노년층 가운데에도 통일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젊은층이라도 통일문제와 평통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사람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위원의 재위촉에 있어서는 통일에 대한 식견과 평통위원으로서의 열성적 활동 등이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혹시라도 특정 정파와의 연관 등으로 위촉여부가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형태의 진통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각종 개혁을 통한 밝은 사회의 건설이라고 하겠다.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가치가 투명성의 확보라고 할 때 혹시 이번 자문위원 선정과정에서 그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면 이는 조속히 불식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민족의 비극인 남북분단을 평화적으로 성취하기 위한 유일한 초정파적 기구인 민주평통이 정쟁의 대상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하겠다.

오수열 (논설위원.조선대교수·한국동북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