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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옥사를 조작하여 동인 공격의 선봉에 선 인물은 김장생과 김집의 스승으로서, 이이, 성혼과 함께 서인의 학문적 연원이 되는 송익필이다. 이발 등 동인의 실력자들은 안당의 손자인 윤을 사주하여 송익필의 외할머니 감정이 안돈후의 딸이 아니라 전남편인 노비의 소생이니 환천해달라고 제소하여, 송익필 형제 등 감정의 자손 70여 명이 졸지에 노비로 전락하게 된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종의 신분이라 하더라도 도망 후 60년이 지난 후에는 심리할 수 없게 되어 있었으므로 송익필 형제 등에게는 실로 가혹한 조치였다. 혈원을 품은 송익필은 김장생, 정철의 집을 전전하며 복수의 기회를 노리다 황해도 관찰사 한준 등에게 비밀장계를 올리도록 사주한 것이다. 송익필은 정철의 집에 묵으면서 동인 타도를 지휘했다.

정여립과 공모했다는 죄로 이기ㆍ황언윤ㆍ방의신ㆍ신여성 등이 처형되었다. 이발ㆍ이길ㆍ이급ㆍ백유양ㆍ이진길ㆍ유덕수 등은 곤장을 맞고 죽었다. 정개청은 정여립의 집터를 봐 준 적이 있고, 또 그의 저술 중에 절의를 배척한 내용이 있다 하여 경원으로 귀양가 죽었다. 남명 조식의 제자 최영경은 정여립의 편지 한 장을 받은 죄로 길삼봉으로 지목되어 죽었다. 3년 동안 죽은 자만도 1천여 명이 넘었다. 반면에 정여립의 난을 고변한 박충간 등 22명은 평란공신이 되어 관직을 올려받았다.

이 사건으로 가장 애매하고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은 무안(현재 함평군 엄다면)의 정개청과 그 문도들이었다. 동인의 영수였던 이발 형제는 물론 팔순의 어머니와 어린 자식들까지 죽임을 당해 멸문지경에 이른 광산 이씨문중, 화순의 조대중과 그 가족 7명, 나주(현재 영암군 신북면)의 유몽정 등이 장살당했지만, 곤재 정개청의 문도들이 당한 피화는 500여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정여립이 대동계를 만들어 왜적을 물리친 것처럼 정개청도 ‘강의계’를 만들어 많은 제자를 거느려 세력이 컸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 정철이 제거했다고 보고 있다. 서인 집권이 동인계 집권으로 바뀐 1616년 억울하게 죽은 정개청은 서원에 모셔졌으나 집권세력이 바뀔 때마다 뜯겼다가 세워지기를 일곱 차례나 거듭한다. 정개청이나 이발과 학맥이 달랐던 호남 유생들간에 집단상소와 고변이 잇따르면서 무고로 투옥되기도 하고 반좌율로 사형을 당하기도 하면서 호남사림은 쑥밭이 되어 인맥이 끊기고 말았다.

1591년 근 1년간 일본에 머물다 귀국한 서인 황원길과 동인 김성일의 귀국보고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임진왜란 직전 조선 정국은 남인과 북인으로 갈라선 다수의 동인과 소수의 서인으로 형성되어 있었고, 조정도 각 도에 명하여 왜구방비를 위해 축성과 군사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사 황윤길(서인)은 왜가 반드시 침략할 것이라고 한 데 반해 부사 김성일(동인)은 왜가 침범할 동정이 없다는 상반된 보고가 나오자, 김성일을 옹호한 동인세력에 의해 거꾸로 축성과 군사훈련마저 중지하게 된다.

그러나 제3차 일본 사신 일행이 조선 통신사보다 한달 늦게 입경하여 일본이 가도입명(假道入明)하리라 통고하자, 황급히 왜의 침공에 대비하여 경상 ·전라 연안의 여러 성을 수축하게 하고 각 진영의 무기를 정비하였으나 이미 시기가 늦었다.

혈원을 품은 증오는 전란중에도 그치지 않아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을 백의종군시키고, 김덕령, 곽재우 등 훌륭한 의병장일수록 무고로 죽거나 은둔을 해야 했다.

김상집 <참여자치21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