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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호남지방의 중심지이지만,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광주와 전남은 점점 갈라지기 시작했다. 단체나 조직은 나뉘어 지기는 쉬워도 통합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교통이 불편한 조선시대에도 전국이 8도에 불과했는데, 남한만 16개 시도나 된다는 것은 많다고 보기보다 균형이 맞지 않다.

일본도 행정구역이 좁은 곳은 일관되게 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국제화시대에 지나치게 자치단체의 규모가 작으면 국제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 광주시 인구 140만명으로 5대도시라 하지만, 대전시보다 인구가 적으며, 울산시보다 경제력이 미치지 못한 7대도시에 불과하다. 광주와 전남이 통합되지 않더라도 도청이 광주에 있으면 하나로 묶여 있는 것 같기 때문에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세력들이 도청이전을 주도하여, 시도민이 통합운동을 거세게 일으킨 것도 그러한 연유였다. 도청 이전으로 인한 실망 속에서 한전이 들어온다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우리 광주는 얼마나 소외 받았는가를 생각하면 한스러울 때가 많았다. 정부가 176개 공공기관이 옮겨갈 대상지역을 확정해 발표했을 때 성격과 기능이 다양한 공공기관을 각 시·도에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것은 무리였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소의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큰 틀의 지방발전을 이루리라는 기대에서 추진을 찬성했던 것이다. 배분 결과가 나오자 예상대로 일부 지자체의 반대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다. 한전의 뿌리를 보면 1887년 최초의 경복궁 건청궁에 전기 점등으로 시작되었으며, 그 뒤 7년 후인 창덕궁에도 전깃불이 들어 왔다. 우리나라 최대 수력발전소인 수풍댐이 1944년 완공되어 60만kW가 생산되었을 때, 그것 하나만 있으면 온 나라에 전기 공급이 다 될 것으로 생각했다.

수풍댐은 신의주의 건너편인 중국 단동(丹東)에서 압록강을 따라가면 72km 지점에 위치한다. 단동에서 조금 지나면 얼마 전 드라마로 유명한 상도(商道)의 배경지인 구련성(九連城)이 나온다. 구련성을 지나 명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호산산성이 나온다. 호산산성에 오르면 관서팔경(關西八景)의 하나인 의주의 통군정(統軍亭)이 보이고, 북한의 공군비행장이 보이며, 2m도 안된 곳에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바라볼 수 있다. 압록강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곡성 섬진강의 압록천을 확대해서 보는 것 같다. 압록강에는 댐이 여러 개 있지만 수풍댐이 가장 크고 웅장하다. 댐 아래에서 배를 타고 유람하면, 김일성 주석의 기념비, 모택동 기념비 등 중국과 북한간의 여러 명소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남북이 갈라지면서 1948년 5월 북한으로부터 단전되어 남한은 전기로 인한 고통을 받게 되었지만, 지금은 5,000만kW를 돌파하여 단전된 지 57년 만에 우리의 전기가 북한 개성공단까지 공급되고 있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기관인 한전이 광주에 온다.

수풍댐이 만들어졌을 때, 우리 국민들이 좋아할 때와 같이 광주사람들은 기쁘다. 그 동안 소외 받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광주 못지 않게 서해안 시대를 맞이하여 전남의 목포권이나 순천권이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포 무안 신안 대불공단인 영암일부, 해남의 화원반도까지 통합하고, 여수 순천 광양도 통합하여 국제적인 대도시로 성장해야 할 때라고 본다. 아울러 한전이 광주 어느 지역에 들어설 것인가는 광주를 잘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지가 되었으면 한다.

강원구(수석논설위원. 전국시도관광협회 협의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