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지난 18일, 국회의 외교통상부 회의장의 출입문이 파손되고 책상과 집기가 난장판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 사건이 국내방송과 외신을 통해 전파되고 말았다. 이러한 추태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파국의 현실이었다.

원인이나 이유는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든, 대형 해머와 전기톱이 동원되어 치고 부수기를 7시간이나 넘도록 사생결단을 했다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사용되었던 도구들은 무기급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안은 그 누가 처음 조인하였는가! 그 일이 작금의 사태가 일어날 만큼 잘못된 협정이라면 당시의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였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국회사가 어언 60년을 넘고 있다. 국정의 운영방법은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이 아니다. 물론 지난 날에도 오물투척이나 각목조직들이 국회와 국민을 우롱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민주적 수준이나 민도의 권리가 많이 유린되었던 시대라고 보아진다.

그러나 현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단돈 100원이라도 과세를 따지고, 한 치의 인권마저도 유린을 받지 않으려는 수준이다. 이번 사태는 국민이 용납해서도 안 되며,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일 의원된 자격으로 무기급의 도구를 사용했다면 당장 배지를 떼어야 한다. 그리고 여당인사들이 비폭력이었다 하더라도 심리적 폭력이 인정된다면 그 또한 의원의 옷을 벗어야 마땅하다.

흔히들 말하기를 애국적 발로라는 자구언어를 사용한다. 손에 무기를 들고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막가파나 하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밖에 볼수 없다. 무엇이 그렇게 애국심이라는 심리를 발동하게 하였을까? 국회의원의 보좌진들도 국록을 먹고 사는 공직자들이다.

의원에 대한 충견(忠犬) 노릇을 하기 위해서 일까? 아니면 애국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기 위해서일까? 더 넓게는 국제사회에 한국의 의정활동의 용맹성을 보이기 위해서 일까를 묻고 싶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며, 이성이 있기에 감성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인간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성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우리 국민은 국회위원들의 명패가 박살나고 출입문이 부서지고 물대포를 쏘는 모습은 보기 싫어한다. 그리고 소화기 분말을 쏘는 것도 보기 싫어한다.

한미 간에 자유무역협정이 통과되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반대로 이 협정이 무산되면 우리에게 또 어떤 이익이 있는가! 한나라당은 왜 강행처리를 고집했는가? 그리고 야당은 왜 사투를 벌리면서 막으려 했는가? 그리고 17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회의장까지를 변경해 가며 FTA 비준 안을 왜 상정했는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치인들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온갖 감언이설(甘言利說)을 짓거리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보기조차 싫어진다. 차마 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투쟁의 주인공들은 국민 앞에 크게 무릎을 꿇고 반성을 해야 할 것이며, 종아리를 걷어 올리고 국민들의 회초리를 맞아야 할 것이다.

서길웅 <서강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