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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된 지 3년이 됐다. 그런데 2007년 전국의 모든 지방의회는 유급제도 모자라 의정비를 일제히 인상했다.

행정안전부가 가이드라인(기준액)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보다 높은 수준에 금년 의정비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도 의정비를 대폭 삭감하지 않은 것은 시민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금년도 의정비가 대부분 확정됐다. 자치단체별로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의정비 이내에서 관련 조례를 개정했거나 개정이 진행 중이다.

행안부가 작년 12월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46개 광역·기초 자치단체 의원들의 금년 의정비는 월정수당 기준으로 작년보다 평균 11.2% 인하됐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6곳이 의정비를 인하했고, 68곳은 동결했다.

42곳은 작년보다 올렸다. 평균적으로 보면 의정비가 약간은 내렸지만 여론은 따갑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는 불경기에 지방의원들이 고통분담을 외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 온 의원들에게는 서운한 지적일 수 있다.

“지방의원들도 생계를 꾸려가야 할 사람들이고, 의정활동에는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같은 항변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째 탐탁지않다. 그동안 지방의원 의정비는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왔으나 과다 인상, 지역별 편차 등으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행안부는 작년 10월 8일 시행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 금년도 지방의원들의 월정수당 기준액을 제시하고, 각 지자체가 기준액의 ±20%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기준액 대비 허용범위(±20%)에서 상한선에 가깝게 의정비를 결정함으로서 고통분담이라는 주민들의 의지를 져버렸다고 보고 있다.

금년 의정비는 행안부가 제시한 기준액에 비해 평균 9.7% 높은 수준이다. 16개 광역시·도의회 가운데 기준액보다 의정비를 적게 책정한 곳은 광주광역시가 유일하다. 그런데 광주시는 상대적으로 의정비가 적다는 이유로 금년 의정비를 작년보다 624만원 올렸다.

의정비가 가장 많이 책정된 곳은 서울시로 연 6100만 원이다. 가장 적은 곳은 전남 완도군으로 2724만원이다. 통계청이 년말 발표한 지난 3분기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399만여 원)을 감안하면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일부의원을 제외하곤 단체장의 장학생이 되어 감시하고 대안을 내 놓기보다는 아첨이나 떤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그 정도의 의정비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아, 의정비 과다 논란으로 표출된 것이다.

246개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이 지난 2년간(2006년 7월~2008년 6월) 발의한 주민생활과 관련된 조례는 1인당 0.34건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주민생활과 관련된 조례를 단 한건도 제·개정하지 않은 의회도 20여 곳에 이른다.

짓지도 못한 개가 밥(혈세)만 축낸 셈이다. 그것도 모자라 지방의원들이 뇌물수수와 이권개입, 폭행사건 등에 연루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당 공천제가 도입돼 특정정당이 의회의 절대 과반수를 차지한 곳이 많아진 것도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지방의원의 책무는 막중하다. 금년 서울시 예산은 무려 21조 원이 넘는다. 제주도도 2조6천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눈을 부릅뜨고 자치단체를 감시한다면 의정비의 몇 배가 넘는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역행정을 유도해 낼 수도 있다. 그런 의원들에게 누가 의정비가 많다고 비난의 화살을 쏘겠는가.

의원 본연의 책무인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한 의원만 사퇴하라는 것이다. 최소한 지지해준 유권자가 창피하지 않도록 하고, 혈세가 아깝지 않도록은 해야한다.

고운석 <시인· 남발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