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모략과 중상은 말하는 사람, 말을 듣는 사람, 중상하는 사람, 이 세 사람을 죽인다.

19일 청와대 인사를 앞두고 있던 전후가 그리했다. 한데 ‘음모이론’과 연결되면 괴담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옛 소련 권력층이 서구 적화에 앞서 만화로 서구 아동들에게 이념의 씨를 뿌렸다고 한다.

음모이론이 대개 그렇듯이 ‘스머프 음모이론’에도 이른바 ‘증거’가 많다. 스머프마을부터 그렇다. 화폐가 없고 물자가 공평 분배되며 옷도 모자도 똑같은 모습이다. 결국 공산주의의 이론적 지향점과 같다는 것이다. 대장장이가 가장 귀중한 직업으로 묘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자를 중시하는 이념적 메시지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못 믿을 세상’이란 피해의식 속에 자라는 나무다. 사회구성원들이 답답해하는 판에 언로(言路)까지 막혀 있다면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식으로 유언비어가 번지게 마련이다. 과거 군사 독재시절에 ‘카더라’ 방송이 시중을 누빈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언로가 뚫려 있어도 음모론은 쑥쑥 자란다. 인간 속성에서 ‘의심’이 빠질 수 없어서일 게다.

미국에선 1947년 외계인이 불시착했는데도 당국이 은폐했다는 ‘로스웰사건’부터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은 사실이 아니라는 ‘스튜디오 촬영 설’까지 각종 음모이론이 줄을 있는다. 조작의 악역은 대체로 미 정부가 맡게 된다. 에이즈 음모론, 9·11테러 자작 설 등 요즘도 소재가 끊이지 않는다. 때론 사실로 드러난 의혹도 없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부 해명을 쉽게 믿지 않는다. 당국자들은 괴로울 일이다. 한데 너무 놀라운 발언이 나왔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마리옹 코티아트가 최근 “9·11테러는 미국이 꾸며낸 것”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한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출신인 코티아트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직 못 믿을 세상이기에 이럴까.

한국에선 딸이 난 아기(외손자)는 진짜지만, 며느리가 난 아기(손자)는 가짜인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도 음모일까.

한국에선 김현희 음모론이 또 다시 소용돌이 칠 판국이다. 때마침 서울 중앙지검은 1987년 KAL기 폭파사건과 관련한 명예훼손 혐의로 소설가 등을 기소했다. 이 일은 ‘지난 5년간 KAL기 폭파사건을 왜곡시키려는 음모’가 있었다.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범인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던 김현희가 일본 NHK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 과거 5년간 KAL기 폭파사건의 진상이 왜곡돼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보도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이 방송이 15일 보도했다. 김 씨의 언론 인터뷰는 12년 만에 처음이다.

김 씨는 유창한 일본어로 “한국에서 과거 5년간 항공기 폭파사건의 진상이 왜곡돼 나와 나에게(북한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던 다구치 야에코(북한 명 이은혜) 씨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보도가 있었다”며 “내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다구치 씨가 북한에 있는 것을 증명하고(그것이) 납치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날 인터뷰는 주로 1978년 니가타에서 22세의 나이에 납치됐던 다구치에 대한 증언들에 집중됐다. 김 씨는 사형을 언도받았으나 이후 특사로 형 집행을 면제받았다.

김 씨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던 1997년 12월 전 국가정보원 직원 정 모 씨와 결혼한 뒤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노무현 정부 이후 여객기 폭파사건이 조작됐다며 재조사를 요구하는 일부 좌파세력의 배후에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인사가 개입돼 있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한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이도 못 믿게 만든 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은 좌파로 위장한 김정일 2중대일 것이다. 사직 당국은 철저히 수사해 주기 바란다.

고운석 <시인·남발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