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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소띠 해다. 한국 문화에서 소는 근면함과 여유로움의 상징이었다.

농경사회 중심이었던 우리 민족에게 소는 풍부한 노동력과 재산, 힘을 상징했다.

제주도 삼성혈(고양부)신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소가 농사 신으로 등장한다. 소와 관련 된 뜻 깊은 일화도 수 없이 전해진다. 조선 시대의 정승 황희가 길을 가다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가는 농부에게 “어느 소가 밭을 더 잘 가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농부는 귀에 말로 “소가 듣겠소. 비록 짐승일지라도 사람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으니 질투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또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했던 조선시대의 정승 맹사성은 가마 대신 소를 타고 고향인 온양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가마는 몇 사람이 메야 하지만 소는 누가 이끌지 않아도 잘 가니까 검소한 쪽을 택해 고향 나들이를 했던 것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이러한 소를 한 가족처럼 여겨 그 배려가 남달랐다.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만든 덕석을 입혀주고, 먼 길을 갈 때에는 짚으로 짠 신을 신겨 발굽이 닳지 않도록 했다.

‘소 같이 벌어서 쥐 같이 먹어라’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 걸음’‘ 같은 속담은 꾸준히 일하는 근면성을 칭찬한 말로써, 인간에게 성실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런 소가 때론 고집 세고 어리석은 측면도 있지만, 우리의 풍수지리에 의하면 마을 앞의 비옥하고 넓은 논경지가 소의 배에 비유되며, 논에 물을 대는 시대는 마치 ‘소의 창자’ 와 같이 소를 타고 산에 오르면 재물을 얻게 되는 것이 소의 풍요로운 이미지와 관계가 있으며 소 꿈은 대부분 길몽으로 간주된다.

때문에(요즘 사람들은 소 꿈을 구면 복권을 사기도 하는데) 옛 구정(설)풍속 에서는 이런 소에 대한 보답으로 새해 들어 맞는 첫날, 축(丑日)을 ‘소 달기의 날’ (이날은 마·소를 부리지 아니하고 위로 하는 날)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날은 나물·콩 등을 삶아서 귀에 달아 소에게 먹이고 여름에 소가 기침을 한다고 해서 디딜방아도 찧지 못하게 했다.

이 날 하루라도 일을 시키지 않고 편히 쉬게 하겠다는 의미에서 그리한 것이다. 이런 소이기에 성실한 의리의 동물, 서둘지 않고 묵묵히 책임을 다 하면서 꾀를 부리지 않고 주인들을 위해 죽는 날까지 절대 순종하는 동물의 구도자, 바로 이 점이야 말로 우리가 느끼는 소에 대한 이미지다.

칼을 팔아 소를 산다는 중국의 고사(故事)가 가르치는 소는 평화와 자비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동야의 신선도에 소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경박하고 조급한 세태를 살아가느라 곡예를 하듯 한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 터진 미국 발 경제란에 내몰리면서 더 그렇다.

이렇다 보니 새 달력 열두 면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숫자마다 무척이나 힘든 하루하루가 될 거란다. 서울 한 자치구의 환경미화원 모집에 물리학 박사 학위 소지자가 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요즘 경제난과 취업난을 반영하고 있다.

강서구는 환경미화원 5명을 채용하기 위해 지난 7, 8일 지원서를 접수한 결과 대졸 이상의 학력 자 11명을 포함해 총 63명이 신청 했다고 9일 밝혔다.

전문대 졸업자(12명)까지 포함하면 23명(32.5%)이 전문대졸 이상이다.

이 중에는 경북의 한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36세 남자와 환경미화원의 아들 2명, 그리고 여성 1명이 들어있다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사회가 이런데 나눔보다 제 것 더 챙기기에 급급하다. 새해는 좀 나누고 느리게 걸어도 간다는 소 걸음 우리 모두가 배웠으면 한다.

고운석 <시인·남발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