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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구상에 강력하게 반발하던 호남권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비록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이는 지역 간 불균형을 시정하고 이를 바로잡는 역할이 중앙정부의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한 해당 지역의 반발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임에도 막강한 재정권을 지니고 있는 중앙정부에 맞서는 것이 쉽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광주, 전남을 포함한 호남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적어도 앞으로 4년간은 지속될 이러한 정부의 기본계획에 어떻게 대응하여 제한된 여건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내느냐 하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물론 단체장을 중심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온갖 지혜를 모으고 있겠지만,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 가지 충고한다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대학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사회에 들어와 대학의 역할이 상아탑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온 이후 실로 대학이 지니고 있는 기능은 엄청나게 확대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산업화 추진과정에서 대학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다만 모든 사회적 재화의 수도권 집중현상 속에서 대학 또한 수도권과 지방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지난날 지방 명문대학들의 위상이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 지역의 경우 인구의 감소 속에서 지난날 ‘교육도시’로 불리었던 위상이 급격히 하락하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대학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실제로 해방 직후에만 하여도 대구, 부산에 비교하여 오히려 대학교육이 활발했던 광주가 지금은 모든 면에서 대구와 부산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21세기를 ‘지식산업사회’라고 한다. 적어도 지식의 창출과 배급에 있어서 대학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할 때, 대학교육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 지역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들의 위상이 다른 지역의 대학에 비하여 현저히 뒤떨어져 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또한 수도권과의 거리에서 오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지역대학들이 ‘대학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지역발전을 위해 자율적으로 합리적 역할조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녀왔다. 국립대학은 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이 잇는 것이고, 거점대학은 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이 있을 터인데도 국립대학이 타 대학의 발전을 위축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한 대학이 모든 분야에서 타 사립대학보다 우월해지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른바 특성화의 논리에 따라 각 대학이 중점적으로 육성할 분야를 선정하고 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과업을 추진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체장을 비롯하여 지역의 지도층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단체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끝으로 지역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조선대학교가 최근에 이르러 ‘경영권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방직후의 어려움 속에서 7만 2천 민중의 손으로 세워진 조선대학교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역민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