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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지역 가장 커다란 관심사로는 단연코 문화전당 건립을 위한 구 도청 별관 철거문제와 새롭게 건설될 지하철 2호선 노선문제가 꼽히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광주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지역민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가 이처럼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데에는 그만큼 그 문제의 해결과 추진과정이 결코 쉽지 않는 일이고,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도청 별관 철거문제는 5․18관련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공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아직 기본 노선마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지하철 2호선 또한 그 노선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해당 지역민들 간의 이견과 갈등에 직면하여 시정의 책임자가 그 결정을 뒤로 미루겠다고 밝혀 과연 노선이 결정되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이 소모되어야 할까 걱정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과연 책임과 권한 있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하는 근본적 문제에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는 것 같다.

근대 이래 민주주의는 ‘대의제’를 그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적어도 광주의 시정(市政)에 있어서는 우리는 선거에 의해 뽑힌 시장과 시의원들에게 우리의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내린 결정이 곧 우리 시민들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며, 만약 이러한 원칙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는 민주시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는 사람들이 그에 합당한 자세로 직무 수행에 임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도청 별관을 철거하는 문제에 있어서 시장과 시의회에서 그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했는가를 살펴보자. 그 문제가 결코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니 “농성하는 사람들의 찐꼴을 뺀 다음에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전술이 숨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공명정대한 태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성이 시작되기 전부터 내재된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여 중재함으로써 농성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만부득하여 농성이 불가피 했다면 그 초기부터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야 할 것이다.

지하철 2호선 노선의 결정도 무조건 시간을 끄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결정을 연기함으로써 갈등이 미루어질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할 뿐, 결정의 시간이 임박해서는 반드시 심각한 갈등이 재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건설의 목적이 무엇이며, 거기에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가. 목적은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는데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는 경제성(經濟性)과 광주의 미래 발전 전략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사리가 이러하다면 이러한 대원칙 하에서 지금부터라도 시민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나가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정해진 기한 내에 노선을 결정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들의 태도일 것이다.

아무리 광주가 민주․평화, 인권의 도시이고 5․18단체의 입김이 세다고 하여도 대의제 하에서 시민들의 의견은 책임과 권한 있는 사람들의 결정에 참고사항으로 그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무너지는 경우 대의제의 근본은 허물어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제 광주가 진정으로 민주도시가 되는 길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 정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