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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간을 내어 하늘이 숨겨놓았다는 지리산 삼성궁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삼성궁은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 터골에 자리 잡은 배달민족의 성전으로 한배인(桓因), 한배웅(桓雄), 한배검(檀君)님을 모신 신성한 성전이라 한다.

입구부터가 세인(世人)들의 마음을 숙연케 하는 돌담길이 시작되고, 청학(靑鶴)이 놀고 갔다는 작은 연못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착각하리만큼 맑은 수정의 결정체가 세속에 찌든 마음을 넉넉하게 위로하고도 남음이 있는 듯 하였다.

돌담길을 지나 언덕 오르니 백년에 가까운 왕목의 홍송들이 솔내음, 솔바람을 일으켜 산 나그네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긴 한숨 한번 내쉬며 하늘을 우러러보니, 청아한 하늘 끝만 보일 뿐이다.

어디에서 들려오는 옥소리일까! 바위틈을 맴돌아 굽이치는 산 여울의 옥구슬 소리는, 산 까치 반가운 울음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고수들의 추임새처럼, 터 골의 메아리와 하모니를 이루어준다.

여기까지가 삼성궁에 들어오는 오솔길로, 세인(世人)들의 마음을 세심(洗心)하는 속세의 길인가 싶다. 징소리를 세 번 울리자, 선도를 수행하는 한풀 선사의 제자 한 분이 작은 소슬 대문을 열고 나와 삼성궁 안으로 안내한다.

과연 하늘아래 숨겨놓은 성지(聖地)임을 한눈에 느끼게 한다. 수백 만개의 크고 작은 돌(石)로 어쩌면 그리도 정교하고 아름답게 제단을 만들었을까! 풍수형국이 대길지 다운 형국(形局)을 갖추고 있는 듯 했다.

천왕봉을 좌청용으로 반야봉을 우백호로 하여 영신대의 주봉으로 부터 삼산봉의 용혈 (龍血)아래 삼성을 모신 삼성궁의 터는 풍수학을 모르는 세인들의 눈에도 대명당 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먼저 우리의 선대(先代)들의 지혜와 조상들의 얼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풀선사께서 40년동안이나 인류의 염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과 이화세계(利華世界)의 이상을 가슴에 안고 토목공법의 설계 한장 없이 맨손으로 수백 만개의 돌로 정교하고 섬세하게 돌담과 돌탑을 쌓았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선인(仙人)의 원력이 아니고서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지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풍수적으로 신라 때의 최치원 선생이나 고려의 도선 국사께서 동방의 제일에 명지라고 일컬었던 땅에 삼성의 조상을 모시게 되었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닌 듯 싶다. 우리 민족의 역사의 발원은 단군왕검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배웠다. 삼성궁에는 단군왕검과 그 아버지인 한배웅(환웅) 그리고 할아버지인 한배인(환인) 을 모시고 있는 자리이다.

과연 민족의 얼이 생동할만한 하늘이 숨겨놓은 땅이 분명한 것 같다. 우리민족이 배달민족이란 말을 듣게된것도 삼성궁의 터를 보고 알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배라는 말은 밝다는 의미이고, 달이라는 말은 땅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배달이란, 밝은 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삼성궁의 터는 뜰 양지(陽地)와 질 양지가 되어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양기를 머금고 따뜻하고 밝은 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우연한 자리는 아닌 듯 싶다. 우리민족의 무궁기원과 동방의 기둥이 될 수 있는 터를 보는 듯하여 우리민족이 얼과 혼이 살아있는 민족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또한 경제적 어려운 시대임에도 희망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우리 모두 희망을 갖고 성지의 힘이 우리국운(國運)에 발복(發福)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과 대북관계의 불편함도 머지않아 해결되리라는 생각을 하여보자.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