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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광주 지산동 동탑(東塔)에서 삼국유사(三國遺事)의 저자 일연(一然)스님의 최초로 추모제가 열렸다. 그가 9살부터 5년간 살았던 곳을 이현채 호남문화원장이 발견하였다.

동탑 바로 옆에 연화사(蓮花寺)가 있어 공동으로 열리게 되었다. 장성의 불대산(佛臺山)에 고려 말 나옹화상(懶翁和尙: 1320～1376)의 마애석불이 있다. 그의 석상으로 불려지는 이 마애불은 불대산 7～8부 능선 암벽에 그의 제자들이 스승을 추모하기 위하여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 마애불은 거대한 자연 암벽에 입상(立像)으로 음각(陰刻)되었는데, 현재는 이끼가 끼어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전체적인 형태는 잘 보인다. 이 자료는 이미 1999년 조선대학교 박물관장인 이종범교수의 ‘장성군 문화유적’에 기록되어 있다.

가사문학의 효시(嚆矢)를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으로 보았으나, 요즈음 정극인의 상춘곡보다 나옹화상의 서왕가(西往歌)를 가사문학의 효시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유적지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불교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국문학인 가사문학에도 중요한 곳이다. 특히 가사문학은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옹화상의 서왕가, 정극인의 상춘곡,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은 너무나 유명하다. 나옹화상은 장성, 정극인은 정읍, 송순은 담양, 정철은 광주호 주변이다. 비록 그가 이곳에서 서왕가를 짓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발자취가 있다는 것은 가사문학의 탐방코스를 만드는데 중요한 곳이 된다.

서왕가를 일부를 보면, “나도 이럴망정 세상의 사람인데, 인생무상을 생각하니 모든 것이 거짓이로다. 부모가 남겨준 이 형체는 죽은 후에 아무 소용없다....” 나옹화상의 성은 아(牙)씨, 이름은 원혜(元惠), 호는 나옹이다.

그는 21세 때 친구의 죽음으로 인하여 무상을 느끼고, 공덕산 묘적암에 있는 요연선사(了然禪師)를 찾아가 출가하였다. 그 뒤 전국의 이름 있는 사찰을 다니면서 정진하다가 1344년(충혜왕 5) 양주 회암사에서 대오(大悟)하였다. 그때 이 절에 있던 일본 승려 석옹(石翁)에게 깨달음을 받았고, 1347년(충목왕 3) 원나라로 건너가서 연경(燕京) 법원사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인도승 지공(指空)의 지도를 받으며 4년 동안 지내다가 1358년(공민왕 7)에 귀국하였다. 귀국 후 오대산 상두암에 은신하였으나 공민왕의 청에 의하여 잠시 신광사(神光寺)에 머무르면서 설법과 참선으로 후학들을 지도하였다. 1361년부터 금강산 등지를 다닌 후 회암사의 주지가 되고, 1371년 왕사(王師)가 된다.

그는 혼란스러운 고려 말의 불교계에 성불의 가능성을 보여준 고승으로서, 선(禪)을 이해시키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고려 말의 선풍은 그에 의하여 새롭게 선양되었다. 그는 보우(普愚)대사와 함께 조선시대 불교의 초석을 세운 위대한 고승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스승이기도 하며, 56세에 여주 신륵사에서 입적하였다.

불대산은 아직까지 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속칭, 절골로 불리우기도 하는 서동골은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김시습의 시와, 김인후의 시에 나오는 ‘하청사’를 들 수 있고, 김정호가 펴낸 고지도에도 '하청사'가 표기되어있는 것으로 봐서 조선 후기까지 절이 존재했음이 분명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누구나 한 번씩 읊조려 본 시(詩)가 바로 나옹화상의 작품이다.

나옹화상의 발자취가 장성에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일반인들이 이 지역을 가볼 수 있도록 임도(林道)를 만들고, 기념비를 세워야 한다. 유형적인 문화재는 말 할 것도 없지만 이미 자취가 없어진 유적지를 찾아내는 것도 더 중요하다.

없는 것도 만들 판인데, 하물며 나옹화상의 유적지가 우리 지역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성군은 옛날 절터를 복원하고, 기념비를 세우고, 훌륭한 유적지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