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가 마침내 본인의 시인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실 시중에 그러한 설(設)들이 횡횡할 때만해도 적지 않는 국민들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라며 반신반의하거나, 심지어는 전임 대통령을 흠집 냄으로써 그를 중심으로 한 ‘봉하파’들의 정치적 운신 폭을 제약하려는 현정치권의 의도된 행동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에는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준 정치적 행동의 일관성과 부정과 부패에 대한 단호한 입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하겠으며, 더 나아가서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퇴임 후 재임 중의 비리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했던 데에 대한 실망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만이라도 거기에서 예외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를 신뢰했고 그에게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과연 무엇이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들과 가족들로 하여금 비리의 늪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을까. 인간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이르렀으면 될 터인데도 또 다른 욕심에 끌려 결국 망신의 길에 들어서고 있는 우리네 대통령들의 처지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과연 우리 정치는 언제나 이러한 부끄러운 모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직업이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혐오감이 더욱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될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리 정치를 혐오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정치를 떠나서는 하루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최종적으로 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치의 발전 없이는 경제를 비롯한 다른 어떠한 분야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의 경제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장하였으며, 이러한 발전 모델은 다른 저개발국가들의 훌륭한 모델로 인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의사당에서 나타나고 있는 폭력적 모습은 이미 「타임」이나 「뉴스워크」와 같은 유명 시사 주간지의 표지로 등장함으로써 우리를 창피스럽게 하였다. 이러한 때에 가장 깨끗할 것으로 기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비리 혐의에 연루됨으로써 우리 국민들이 느껴야 할 상실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욱이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결코 적지 않는 금액의 돈이 대통령 부인에게 전달되어 사용되었다고 시인됨에 따라 대통령 부인이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선과정에서 아내를 옹호함에 그토록 담당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궁금하기만 하다.

취임 초부터 통치 권력의 절대성에 도전하여 권력을 일반 국민들 가까운 곳으로 끌어 내리고자 노력했던 노무현 대통령이었기에, 재임 중의 적지 않는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후일 역사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적지 않는 국민들이 느껴야 하는 공허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부끄러운 우리 정치의 또 다른 단면을 보면서 우울해질 뿐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