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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서 자치단체들이 앞을 다퉈 각종 축제에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자치단체의 문화브랜드를 키우자는 의미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일부 축제가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민의 정서와 지역문화를 보존하려는 의도와는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자체의 주민의 뜻이 아니고 행정관서의 임의(任意)에 의한 행사라던가 이웃지자체들이 하고 있기에 우리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경제적 손익을 우선한다면, 그 의미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지역문화의 갈증을 한꺼번에 풀어내려는 발상으로 조급하게 서두르는 일은 참으로 위험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매년 크고 작은 지역축제가 약 400여개 쯤 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보편적으로 민속과 전통을 복원하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회복시키려는 축제는, 밀양 아리랑 축제나, 강릉 단오제와, 안동의 탈춤 페스티벌, 광산의 고싸움 축제등을 말할 수 있고, 지역의 특산물 브랜드 가치를 높여, 경제적 부가(附加) 가치와 대외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축제는 금산의 인삼축제, 하동의 야생차 축제, 울산의 옹기그릇 축제 등이 있다.

그 지역의 청정이미지와 청소년들의 현장학습의 본(本)이 되게 하려는 축제는, 함평의 나비축제, 무주의 반딧불 축제, 경기 고양과 충남 태안의 봄꽃 축제 등이 있으며 예술의 대중성을 보다 강화하려는 축제는 과천의 한마당 축제, 안산의 거리극 축제, 서울의 하이 페스티벌 축제가 있다.

역사적 기원과 사건을 부각시켜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축제는 김해의 가야문화축제, 진주 남강 유등축제, 송파 한성 백제문화 축제 등이 있어 다양한 장르의 축제들이 서로를 시샘이나 하는 듯 그 파급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의 소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일각(一角)에서는 축제문화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테마의 선택이 분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기도 한다. 당연하다는 주장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혹자의 말로는 개별지역마다의 축제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지역 활성화의 이로운 효과를 발산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희망의 불씨를 심을 수 있다는 주장을 고집하기도 하다. 물론 양자의 논리가 모두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의 불문율(不文律)의 선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즉 축제란 목적과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유형화되고 있지만, 명확한 테마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민속의 전통을 잇게 하기 위해서라던가, 그 지역의 특산품을 명품화 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던가, 또는 지역의 청정이미지를 살리고 자연 체험 학습의 광범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축제의 구성이 되어야 한다.

그밖에도 예술을 대중에 접목시키고 역사의 재확인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축제의 한마당은, 장려의 대상이 되겠지만 단순히 일회성의 여흥이나, 지자체의 선전용이나, 또는 단체장의 인사 치례로 지역축제가 이루어진다면 소요되는 예산과 시간,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 소비는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예산문제는 지방세와 중앙정부의 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기에 국민의 세금이 손실된다는 이야기이다.

자치단체의 특성을 살리고 특산품과 문화보존의 계승정신도 좋지만 재고할 문제가 있다면 선택의 여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서길웅 <서강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