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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세 명이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공천 헌금을 금지한 선거법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둘러싼 검은 돈의 거래를 뿌리뽑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됩니다.

대법원은 ‘친박연대 소속’ 양정례·김노식 두 의원이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청원 의원에게 각각 15억 원씩의 공천 헌금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습니다.

이들은 돈을 빌려주고 되돌려 받은 것이며, 정치적 기소와 판결이라면서 끝까지 저항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전에 의원직을 사퇴하지도 않아 비례대표 승계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친박연대’ 의석은 8명에서 5명으로 줄어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습니다.

돈이 없으면 정치인이나 여야 정당의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고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돈으로 하는 정치는 필연적으로 부패를 낳고 정치의 퇴행 현상을 초래할 뿐입니다.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부정한 돈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의식 개혁이 필요합니다.

특히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는 그렇습니다. 비례대표 선출에는 부문별 전문성이 최우선시 돼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18대 국회의 비례대표 분포를 보면 무엇을 기준으로 선출했는지 의문입니다. 과학·기술 발전 없이 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데도 이 분야의 전문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입니다.

돈으로 전문성을 살 수는 없습니다. 공천 헌금을 내고 당선된 비례대표들이 전문성을 갖출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지금까지 18대 의원 9명이 의원직을 상실했으며, 앞으로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놓인 의원은 7~8명이나 됩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재·보선 선거구는 많게는 7~8곳에 이를 전망입니다.

선거가 끝나면 비슷하거나 같은 유형의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재보선이 되풀이 되는 병폐가 사라지지 않는 점은 참으로 후진적인 정치 행태입니다.

정치인은 물론 유권자들의 의식 개혁도 필요합니다.

정치인은 비전 있는 정책을 내세우고 유권자도 정책을 보고 선택하는 풍토의 정착이 선진화의 조건입니다.

특히 범법 행위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재임기간 받은 세비를 모두 반납하도록 하는 제도 마련도 생각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