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얼마 전에 어느 부부교사의 명예퇴임식에 간 적이 있다. 교육대학 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교육동지로서 40여년을 한결같이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 분들은 고단한 교단생활을 무거운 짐 내려놓듯 그만 둔 것이 아니다.

한 분 계신 노모를 제대로 봉양하고자 그만 두었다고 하니 그 분들의 교육철학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들은 산간벽지와 도서지역을 돌아다니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곳 사람들을 깨우치기도 하였다. 이들의 삶은 한마디로 감동적인 것들이었다.

도서지역에 교회를 둘이나 세우기도 한 신실한 신앙인이기도 한 이들은 `촌지 안받기 운동', `학부모 계몽운동'을 벌여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갖게 하고, `사랑의 악수 나누기', `정다운 눈빛 나누기', `제자들 발 씻어주기', `사랑의 매 맞아주기', `사랑의 대화 나누기', `학급노래를 정해 부르기', `선생님께 무기명으로 편지쓰기', `학급문집을 만들어 추억쌓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을 통해 제자들에게 맑은 심성을 갖게 하고 참다운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하였다.

특히 놀라운 일은 졸업 후 30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 이른바 `30년보고'를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60여명의 같은 반 제자들 중 50여명이 30년이 지나 선생님을 모시고 그 동안의 변화된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하였다고 한다. “육군 준장 아무개”, “변호사 아무개”, “선교사 아무개”, “교사 아무개”, “농사꾼 아무개”, “사장 아무개”라고 스승에게 보고하는 장년이 된 제자들의 모습에서 스승된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이들 부부교사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며 또는 제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는 씩씩하니까 틀림없이 장군이 될 거야.” “○○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훌륭한 선생님이 될거야.”, “○○는 만들기를 잘 하니 훌륭한 과학자가 될거야.”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나중에 그들의 뜻을 이룬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학기초가 되면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훌륭한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이들 부부교사에게서 확인하였듯이 교사 한 사람의 능력이 많은 인재를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무더운 여름이다. 신입생들이 처음 학교에 들어가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 분의 훌륭한 스승은 나라의 많은 동량들을 만드는 힘이 있다.

나의 아들도 새내기가 되어 큰아들은 훌륭한 스승이 되겠다고 사범대학에 들어갔고 작은아들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나는 사범대학에 들어간 아들에게 최근에 퇴임한 부부교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참된 사랑을 바탕으로 올바른 인간을 만드는 자양분이 되어 제자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심어주는 스승이 되라고 당부했다.

나 역시 스승이 되어 강단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스승으로써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제자들을 바라보는 사랑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랑을 먹고 자란 제자들이 무엇이 되는 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참된 인간이 되는 것이다.

나는 많은 스승을 만났지만 가장 머릿속에 남아 오랫동안 나를 조종하는 스승이 있다. 40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이시다. 그 선생님은 늘 조용했던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어느 날 부 반장을 맡은 여학생이 학급비를 혼자서 써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선생님은 친구의 잘못을 방조한 우리들을 문책하기 위해 모두 책상 위에 무릎을 꿇고 의자를 들도록 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자신의 종아리에 피가 뚝뚝 떨어지도록 회초리를 내리쳤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을 잘못 가르친 죄가 크다며 책상을 들고 한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 벌을 서셨다. 어린 우리들은 울면서 선생님께 잘못했다고 말했지만 선생님은 단호하게 입술을 물고 한 시간 동안 침묵으로 벌 아닌 벌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우리 반은 졸업할 때까지 누구 하나 싸우는 일이 없었으며 모두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중학교 시험에 합격하였다.

이 훌륭한 나의 스승님과 최근에 퇴임한 부부교사는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사표가 아닐 수 없다.

각박해지는 세상에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훈훈한 사랑과 정이 넘치는 것이다. 우리 장애인들 역시 남의 손길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불편하고 조금 느리지만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랑을 전하려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작은 일이라도 훈훈한 손길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가져다 주기도 할 것이다.

강경호 (시인·문학평론가·계간《시와사람》발행인 00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