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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계속된 복(伏)이 다 지나가고 오늘이 말복이다. 그 복중에 먹었던 여름 보양식은 다양했다. 18~19세기 무렵에 지어진 우리나라 세시기(歲時記)들에 적힌 복중 시식만도 칠팔가지나 된다. 골무떡이라 하여 떡가래를 잘라 골무처럼 둥글게 단자를 만들어 차가운 꿀물에 적셔 먹었는데 이를 수단(水團)이라 한다. 자기 나이수만큼 먹어야 몸에 좋다는 속전이 있었다.

만두 피 속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호박을 저며 싸 이를 김에 쪄서 초장을 찍어먹었는데 이 여름 시식을 수각아(水角兒)라 한다. 복죽이라하여 복날에 팥죽을 끓여 먹는 습속도 있었다. 이상의 시식들은 근대화과정에서 단절되고 없어졌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복중 시식으로는 백성 민(民)자가 들어가는 민어탕과 삼계탕을 들 수 있다.

민어의 본가가 되고 있는 목포에는 찜과 탕을 먹기위해 손님이 늘고 있지만, 삼계탕은 전국에서 찾고 있다. 닭과 찹쌀과 인삼, 대추를 넣어 삶는데 인삼 뿌리나 대추를 넣을 때는 1, 3, 5, 7... 홀수 개를 넣어야 보신이 된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그런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복날 시식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개장국(구탕)이다. "삶은 개고기에 파를 듬뿍 넣어 다시 삶아낸 것을 개장이라 한다. 여기에 닭고기나 죽순 점복을 넣으면 한결 맛이 좋아진다.

개장에 후추를 쳐 흰밥을 말아 먹고 땀을 흠뻑 쏟고 나면 더위를 쫓고 보허(補虛)하는 효험이 있다. 그래서 성안에서도 많이 판다."《동국세시기》에 나온다. 함에도 세계적으로 수집한 야만적인 에피소드의 다큐멘터리에 한국의 구탕집 풍경이 들어있다.

현대에 와선 '동물보호단체' 감시 때문이지만, 어렸을 적에 흔히 본 복날의 많은 목격이 그 영상에 겹쳤다. 팔리는 개는 대개 주인이 목에 홀매를 걸어서 개장수에게 넘긴다. 그리고 자리를 피한 주인을 대신하여 힘이 센 그 개장수는 홀매를 감나무 가지나 지게 통발에 걸어서 끌어당긴다.

개는 절규하면서 네 발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린다. 동행한 사람이 몽둥이찜을 한다. 몽둥이찜을 해야 고기가 맛이 있단다. 개는 마침내 혀를 내밀고 늘어진다. 시골에서 우리들은 그 야만적 광경을 지켜봤다.

도시인 광주에서는 70년대까지만해도 공원다리나 양동다리 밑에서 이런 광경을 지켜봤다. '복날 개 패듯 한다.'는 속담이 바로 그래 나온 것이다.

우리는 그 속담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였다. 구탕집이 어느 때부터 보양탕 집으로 이름이 바뀌고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동물 보호단체의 비난과 서양사람이 섞이면서 야만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예부터 개고기를 먹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흑견(黑犬), 필리핀에서는 적견(赤犬)을 좋아했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황견(黃犬)을 쳤다. 일설로 황견은 노랑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많이 사는 서울 북촌(北村) 황자통방(黃字統坊)에서 잘 먹고 자란 개를 뜻한다.

베트남에서는 전쟁 중 멸종되다시피 개를 잡아먹어 사이공 동물원에 구경거리로 보호하였는데 지금은 개를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사기(史記)》에 보면 이미 진나라 때 삼복(三伏)날 제사에 개를 희생하고 있으니, 신명에게 바친 희생음식으로 먹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희생물로 바친다는 뜻인 '헌'자가 개를 솥에 넣어 삶는다는 모음글씨인 것을 미뤄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양 미림(美林)과 김해 회현(會峴)의 패총에서 개뼈다귀가 출토되고 있고, 《고려사》열전(列傳)에 보면 세 군데나 개고기를 잘 먹었거나 개고기로 업을 삼은 기록이 나온다.

한데 지금은 국제화시대를 맞아 나라의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 하여 간판을 바꿔단 식당에서 보신탕을 먹고 있다.

고운석<시인.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