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요즈음 국회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미디업관계법이 한나라당에서 직권상정하여 강제로 처리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반발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민생법안 문제가 산적(山積)되어 있는데도 6월 임시국회가 미디어법 하나를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민주당이 미디어관계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투쟁하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다짐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장외투쟁 방침으로 정부와 여당의 독선을 막겠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국민이 판단해야 할 일이지만 국회의원들이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국민의 바램은 아니다. 2005년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처리할 때와 그 양상이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당시 국민들의 마음으로는 정치인들의 신뢰를 갖지 못했고 국회가 격투장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였다.

문제는 국내 방송이나 신문이 아니고 외신들의 눈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스포츠와 경제면에서 선진국 라인에 들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질 때가 많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행동에서는 얼굴 부끄러운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특히 일반국민들 중에 진보와 보수 단체들이 정치인들과 한편이 되어 부화뇌동(附和雷同)하고 있는 행동도 편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게 될까도 염려스럽다.

우리의 헌정사는 지난 7월 17일로 61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말하면 회갑이 지난 나이이다. 어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직도 성숙되지 못한 정치수준이고 보니, 후학들에게는 한사코 미안한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은 보다 너그러운 생각을 가졌으면 하고, 야당의 입장에서는 투쟁의 방법을 고쳤으면 하는 생각이다.

몇 달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놓고 의원들의 명패가 부서지고 함마와 전기톱이 등장하여 출입문이 박살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도 역시 의원들의 정치수준에 온국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건의 외신 보도를 보면 미국의 NBC앵커는 ‘킹 오브 더 힐’(몸싸움 에피소드가 많은 TV 만화극)같다고 코멘트 했다.

또 뉴욕타임즈에서는 한국국회에서 물리적 격돌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영국의 BBC는 격투장면을 동영상에 올리고 10대 정치적 난투극으로 보도하면서 유도 유단자를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미국의 여성잡지 ‘더 프리스키’는 한국의회가 레슬링 경기장으로 변했다. 정치인들이 미친 고릴라처럼 싸우는 것을 보면 겁이 나지만, 한국국회에서는 이런 난투극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고 소개하며 만약 미국의회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를 때마다 이렇게 싸운다면 의정 활동을 중계해 주는 방송(CSPAN)의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의 보는 눈은 거의 같다. 이토록 국제적인 눈과 입들이 우리의 국회를 평가 절하 하는 현실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물론 잘해보려는 욕심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궁색(窮色)한 변명 하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시 궁색할 수밖에 없다.

일일생활권으로 이어진 지구촌의 눈들은 끈임없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정당과 인맥으로 선택하는 것 보다 인물 본위로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출된 의원들은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말고 소신 있고 수준 높은 정치행보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서길웅 <서강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