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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터진 자리에 평화공원이 있다.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희생된 곳으로 한국인 위령비가 있다. 그 공원 가운데에 평화를 기리는 불꽃이 계속 타고 있다. 그 때를 상징한 건물 꼭대기에 돔으로 형성된 것에 철근만 앙상히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건물이 있었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건물 하나만 보존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부지에 포함된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 여부를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도청별관 철거 문제와 관련, 시민대토론회에서는 5. 18 근거지로서 역사적 장소인 별관을 원형 보존하자는 주장과 철거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형보존이 많은 시민들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원형보존이 지닌 단점이 있고, 여론조사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는 면도 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광주지역 언론사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광주거주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데 따른 것으로 광주시민 62%인 620명이 ‘옛 전남도청 별관이 어떻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보존해야 한다" 고 응답했고, 32%가 "철거해야 한다" 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는 결과를 떠나서 나름의 큰 의미를 지니고 있고, 광주지역 주요 언론사들이 자사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함께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문화전당을 건립을 바라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별관 철거를 바라는데 보존이 62%나 나왔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문화전당 설계자인 우규승씨가 옛 도청별관 처리문제에 관해 "도청별관 가운데를 뚫어 만들자는 오월의 문은 5,18을 기념하고 상징한 설계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부분을 변경하려면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월의 문 건립 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도청별관을 철거해야 도청 본관과 경찰청 건물이 전당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며 "별관 철거가 곧 5,18 사적지를 살리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전당은 도청별관이 없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며 "별관을 철거하지 않으면 지상에 들어설 5,18 광장과 지하에 들어설 아시아문화광장 사이를 막게 돼 5,18을 상징하는 열린 광장의 콘셉트도 상실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오월의 문은 성문 역할을 해 하나의 개념인 아시아문화광장과 5,18광장을 닫힌 공간으로 만든다"며 "유사시 소방차량 접근이 불가능하고 지하철 역사와 아시아문화광장을 연결하기 위한 터널공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분 보존에 대해서도 "부분 보존은 일부 철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별관의 형태가 파손돼 오히려 훼손의 의미만 더욱 강조될 것" 이라며 "잘라진 도청별관은 기형적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게 돼 현재의 갈등 상황만을 후세에 전하게 될 것이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역사적 가치를 기념하는 것은 크기에 관계없이 질이 중요하다. 크기가 적어진다고 해서 가치가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9.11메모리얼이나 독일의 베를린 홀로코스트는 장소성보다 집단의 기억에 역사적 가치를 두고 있다"고 사례도 제시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지역의 주요 언론사들은 옛 전남도청 별관 문제와 관련해 광주시민에 대한 여론 수렴의 필요성을 공감, 향후 언론 보도의 기초자료로 활용키 위해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국가 주요 정책이나 자치단체의 민감한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 여론조사나 공청회 등을 갖는 경우가 있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적으로 결과만을 갖고 결정하는 사례 또한 그리 흔치 않는 것은 전문가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광주 발전을 위해 옳은 선택인가를 다 같이 고민할 때다. 도청 전체를 보존한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는 맞지 않다.

원안대로 건립해야 옳다고 생각하지만, 5.18단체의 별관 보존을 강력히 주장한다면,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중단하고 그 자리에 5.18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동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