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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어느 해나 보리 수확을 하고 모내기를 할 때는 일손이 달린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농사일을 협동으로 하게 되고,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품앗이니 두레니 해서 돌아가면서 일을 거든다.

품앗이는 이웃 간에 서로가 품을 지고 갚는 것이고 두레는 마을 단위로 농사일을 공동 작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다보니 농촌학교는 농번기에 휴학까지 했다. 심지어 6, 25전쟁이 있었던 해는 군복무중인 장병까지 휴가를 보냈다.

(일설에는 북이 남침을 하기 위해 지령을 내렸는데 속았다고 함.)박정희 전 대통령은 모내기철마다 농촌을 찾았다. 햇볕에 탄 듯 까만 얼굴에 밀짚모자를 쓰고 논두렁에 주저앉아 농민들과 더불어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스스로 농민의 아들이라고 했던 그의 옷차림은 영락없는 농부였다. 이런 대통령의 모습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에 비해 가난하고 소외된 농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농민 대통령’의 이미지가 만들어 낸 카리스마는 새마을 운동과 농정개혁을 추진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내기 행사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 고향 봉화로 내려간 고 노무현 전 대통이 친환경 오리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데 앞장, 고향마을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허나 대통령으로서는 12년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0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농촌 마을을 찾아 농민들과 함께 모내기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농민을 위한 농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이 농민들의 원성을 듣지 않도록 솔선해서 개혁에 나서 달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이 농협 개혁에 대해 언급한 것은 벌써 여러 번이다. 얼마 전 12월 4일 새벽에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은 이 대통령은 “농협이 금융에서 몇 조원씩 벌어 사고나 치고있다.”면서 “농협이 번 돈을 농민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지 머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등 개혁을 2017년에 하려고 하더라도 17조원을 적립해야 하는데 10조원이 모자란다.”고 했다. 대통령이 말로 개혁을 외쳐 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모내기 일손 돕기도 좋고, 개혁하려는 것도 좋지만, 실행하지 않고서는 우리 농촌을 살리는 길은 암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농촌 현실이 이러한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쌀 직불금을 받은 130만 3367명 가운데 약 1.5%인 1만 9242명이 쌀 직불금을 부당하게 타간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 수령자 중에는 고위공무원(부이사관 이상)과 공공기관 임원 11명 등 모두 2452명의 공직자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1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 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쌀 직불금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6월 말까지 부당 수령 공무원을 징계했다.

허위 증빙서류를 냈거나 농지를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사는 등 고의성이 확실한 경우엔 중징계하기로 했다. 또 직불금을 받은 사실을 자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도 가려내 중징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에 밝혀낸 부당 수령자들에게서 돌려 받은 금액이 4년 동안 지급된 전체 쌀 직불금 4조 3558억원의 0.3%인 143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식량이 부족해 보릿고개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 삶이다.

한데 정부에서 쌀 직불금까지 준 것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다. 또 그러고도 쌀이 쌓이면서 쌀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전남도는 이에 따라 전 공직자가 ‘전남 쌀 팔아주기 운동’과 ‘쌀 소비운동’까지 펴고 있다. 꿈 같은 현실이다.

고운석 <시인. 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