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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는 말이 있다.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먹는 보신식들 중 도미나 보신탕을 능가하는 효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민어(民魚)는 국민의 물고기란 뜻인데 우리나라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제사상이나 혼례상 등 잔치상 가운데 떡 버티고 있는 물고기는 십중팔구 민어다.

잔치상이나 제사상에 비늘 없는 고기는 못 오르는데 비린내가 없고 비늘도 두껍고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생전 부모를 잘 봉양하지 못한 자식들은 돌아가신 뒤에라도 꼭 민어를 드시게 한다고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다.

민어는 최고의 횟감 중 하나로 꼽히는데 살은 흰색으로 탄력이 있으며 단맛이 있어 혀끝에 착 감기는 맛이 최상급이다.

서울은 한강을 끼고 있어 어종이 풍부하여 복(伏)날에 서민들은 황구보신탕을 먹었고 반가에서는 민어탕으로 ‘복달임’을 하였다.

찜으로는 도미찜보다 더 맛있는 고기로 친다. 민어는 탕과 구이로도 좋지만 포로도 사랑을 받았다.

옛 요리서인 「시의전서」에는 “ 껍질을 벗겨 살을 얇게 저미고 살결대로 가늘게 썰어 기름을 발라 접시에 담은 다음 겨자와 초고추장을 식성대로 쓴다” 라로 하여 민어회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민어를 고추장으로 간을 하여 끓이는 민어감정은 담백하여 개운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인 여름철 보신찌개가 된다. 감정은 고추장찌개를 일컫는 궁중용어이다. 매콤하게 고추장에 무친 무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민어와 미나리를 넣고 끓인다.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넣고 끓이면 온도가 내려가 비린내가 난다.

민어산적은 반가의 일상음식이자 궁중의 수라상, 잔치상에 오르던 어산적이다. 민어살과 쇠고기를 양념하여 번갈아 가며 꼬챙이에 꿰어 굽는데 살이 단단하고 부스러지지 않아 어산적감으로 좋다.

"민어는 비늘밖에는 버릴 것이 없다" 는 말리 있다. 민어는 어두봉미( 魚頭鳳尾) 라고 하여 머리의 맛을 높이 쳤고 민어 껍질은 말려서 튀겨 먹거나 날껍질에 밥을 싸 먹기도 했다. " ' 날껍질에 밥싸먹다 논 팔았다.'라는 식담은 민어 껍질의 맛을 대변하는 것이다.

민어의 부레는 섬유질이 많아 쫄깃거리는 맛이 뛰어나므로 날것으로 기름소금에 그 냥 찍어 먹는다.

다른 생선들은 대부분 부레를 버리지만 민어의 부레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민어의 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틴도 들어있는데 이들 성분은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에 탄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삶거나 젓갈을 만들어 먹는다.

민어의 부레를 원료로 만든 아교주(阿膠注)는 허약과 피로를 치유하고 몸이 이유 없이 여위는 것을 보(補)하고 해소(잦은 기침)와 코에 피가 나는 증상을 다스린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민어가 ‘위장을 연다’는 말로 식욕이 없는 사람에게 입맛을 갖게 하고 '방광에 있는 수기(水氣)를 내린다'하여 배뇨를 도와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회어(?魚)라 했고 살이 후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고깃살은 물고기 중에서 소화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발육을 촉진하고 노인 및 큰 병을 치른 환자의 건강회복에 가장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서유구도 「난호어목지」에서 “ 전국의 장인들이 사용하는 아교가 모두 민어의 부레로 만든 덧이다.” 라고 밝힌 바 있다. 활이나 화살등의 무기를 만들거나 합죽선의 부챗살과 갓대를 붙일 때도 민어부레풀은 필수 였다. ‘ 이풀저푸 다 둘러도 민애풀 따로 없네’ 라는 속담은 민어풀의 품질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 옻칠간데 민어부레 간다’는 말이 있는데 끈끈한 젤라틴 성분이 많아 접착제로 탁월한 성능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민어부레를 말린 뒤 끓여 풀을 만들어 고급장롱을 비롯해 문갑 등 가구를 만들거나 합죽선의 부챗살과 갓대를 붙일 때 이용했다.

특히 민어껍질은 데쳐서 밥을 쌈싸 먹고 부레는 날것으로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다.부레에는 섬유질도 많아 변비에도 좋고 쫄깃한 맛이 각별하다.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밤이면 어부들은 민어잡이를 나선다. 우선 마디를 틔운 기다란 대통을 뭀고에 넣고 민어가 있는지 확인한다.민어는 조기처럼 물속에서 개구리 울음 같은 소리를 내는데 민어가 있다면 그 소리가 대통을 통해 울려퍼진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낚시를 즐기며 풍류를 시로 읊었는데‘ 가늘게 썰어 회를 치고 불에 익혀 국을 끓인다’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생선회는 오늘날처럼 크게 저미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회를 크게 저미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