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구 박사의 '감동의 나라 中國'(97) | 중국의 풍물 이야기 | | | 입력시간 : 2009. 10.12. 00:00 |   |
▶비상구(非常口)와 태평문(太平門)
비상시국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비국민(非國民)'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비상시국에 먹는 쌀을 비상미(非常米)라 한다. 군대 생활을 하다보면 매일같이 비상령(非常令)이 내리고 비상 경계령을 서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비군 훈련에 비상령이 내리기도 하였다.
폭격에 대비한다고 웬만한 문에는 모두 '비상구(非常口)'라고 표시돼 있었다. 한국인에게는 늘 '비'라는 한자가 따라다녔기에 우리는 일제에서 해방된 뒤 바로 지금까지도 '비상구''비상문'이란 글씨를 볼 수 있다.
영자로는 그냥 'EXIT'이고,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태평문(太平門)'이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같은 한자, 같은 문(門)인데 한쪽은 비상구이고 한쪽은 태평문이다. 같은 말이라도 중국인들의 여유로움을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기질
중국어에는 회색지대 같은 표현이 많다. ‘좋다’ ‘나쁘다’ 라는 단적인 표현은 삼가한다. 늘 한바퀴 돌아서 말한다.
우선 ‘하이싱(還行)’ 이라는 말을 보자. ‘괜찮다’ 는 뜻이다. 뭐가 좋은지 나쁜지 말해달라고 주문하면 중국인들은 대개 ‘하이싱’이라고 대답한다. ‘도대체 좋다는 거냐, 나쁘다는 거냐’ 다그쳐 물어보지만 중국인들은 그저 웃으며 ‘하이싱’ 이다.
‘하이싱’은 사람의 속내를 좀체 들여다보기 힘들게 하는 회색의 관용어다. 인내심을 갖고 다시 하오 '부 하오(好不好)'를 물으면 그때서야 조금 진전된 답을 들을 수 있다. 그래도 단적인 표현은 피한다. 예를 들어 좋은 쪽의 표현이라면 ‘괜찮다’에 비해 한결 긍정적인 '부춰(不錯:나쁘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보다 더 좋은 표현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서야 비로소 ‘팅하오(挺好:정말 좋다)’라고 한다. 부정적 경우에도 대답은 여러 등급이다. ‘하이싱’에 비해 조금 더 부정적이라면 ‘처우허(湊合: 아쉽지만 괜찮다)’ 또는 ‘차부뚸(差不多: 그저 괜찮다, 크게 모자라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보다 더 나쁘면 ‘부타이하오(不太好: 별로 좋지 않다)’다.
이런 말을 중국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으려면 집요하게 매달리고 졸라야 가능하다. 그러기 전까지는 한사코 ‘하이싱’ 일 뿐이다. 한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울 때 ‘하오’의 뜻을 '좋다’ 로 배운다.
그 이상의 뜻을 설명하는 교재는 없다. 하지만 실전 중국어에서 ‘하오(好)’는 반드시 ‘좋다’는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거래할 때 한국인은 중국인으로부터 ‘하오’라는 대답을 듣고서는 협상이 순조로운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 더 상황이 진전되다가 중국인이 태도를 바꾸면 '저 사람 분명히 좋다고 해 놓고서' 라며 화를 내는 등 감정적 대응을 한다. 북경(北京)에 10여년 살며 사업하는 한국인의 설명이다. 중국인의 ‘하오’가 반드시 ‘OK’와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돈이 걸린 협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래 다음은 어떻다는 거냐? 정도의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한국인의 조언이다.
중국인은 옳고 그른 것, 좋고 나쁜 것 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늘 상황을 관찰한다. 이른바 ‘바람을 보고 키를 움직인다(看風使舵)’. 돌고 도는 세상에서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 현재로서는 따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著者 姜元求 박사의 프로필
現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現 동신대학교 초빙교수. 現광주여행문화원 회장/現 중국 심양. 남창 명예시민/ 前 전국시도관광협회연합회장/前 광주광역시관광협회장/ 前 광주권발전연구소장/前광주상아탑학원 원장
연락처 :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062)652-8800 http://www.hanjoong.pe.kr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
칼럼/시사/논평/이슈 |
 |
| |
|
지역행사 소식 |
 |
| |
|
무료광고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