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과거 외국산을 좋아했던 우리 국민의 생각이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저질 중국산이 우리 시장에 파고들면서 인식의 변화다. 특히 먹는 것에 있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이 고르는 모든 상품에는 원료의 내용과 함량을 자세히 표시하고 있다.

식료품에는 유통기한과 국내산임을 명백히 기록한다. 각종 표시가 사실과 다를 때는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소비자를 속였던 수많은 경영인이 물러나고 결국에는 기업마저 도태됐음을 우리는 시장에서 배웠다. 기업 간 경쟁이 심할수록 소비자는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정부의 행정서비스도 상품서비스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국민과 국가를 보호해주는 안보서비스와 질서를 유지하는 치안서비스에서부터 상거래가 공정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감독하는 공정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정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이를 수행하는 공무원 업무의 질이 떨어지면 국민이 탄원하고 시정을 촉구할 수 있다. 한데 우리 국민이 저질 중국 공산품이나 식품에서 보여주는 반응과는 달리 관대하다. 귀찮아서 또는 주위 체면 때문에 참고 대충 넘어간다. 이 때문에 행정서비스 향상이 거꾸로 갈 수 밖에 없다. 일부 선출직 단체장은 이를 이용 지역의 발전과 숙원 사업 추진보다는 행정서비스를 표밭갈이로 이용하고 있다. 즉 그래도 많은 주민이 모르니 간접선거운동에 해당하는 서비스 행정으로 주민을 속이는 것이다. 전 A구청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모관부는 "지역발전보다는 간접선거운동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만 불이익을 받을까 말 한마디 못했다." 며 "단체장 속셈만 키우는 서비스 행정에 속지 않아야 발전한다." 고 말했다.

이와같은 수법은 청와대와 광역단체장 또는 국회의원 등에게 배운 것이겠지만, 너무 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판국이라면 행정서비스 방향을 위해 정부가 민간 기업의 최고 경영자 등을 정부 고위직에 투입하고 공모직을 확대하는 것도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산 쇠고기, 미디어법 정국을 몰고 온 국회는 어떠했는가.

국회의원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시대상황에 맞는 입법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경제생활에 불가결한 각종 법률안 심의는 정쟁의 희생이 되기 일쑤였다. 내년 지방선거와 10월 '재보선' 앞두고 상당기간 이들이 벌이는 투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입법 서비스는 타이밍을 잃었다.

입법활동에 투입돼야 할 적잖은 의원들이 국회의 정문과 교도소 담장을 넘나드는 비극이 끝나지 않았다. 각종 의혹과 부정, 비리에 연루된 의원들이(재보선이 말하듯) 수두룩하다.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들에게 청렴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청렴의 의무와 함께 입법서비스의 제공의무도 팽개쳤다.

우리는 정치가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한탄만 해 왔다. 그러면서도 또 입법서비스에 별 능력이 없어보이는 후보들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원죄를 반성하지 않는다. 반성했다가도 투표일이 다가오면 곧 잊어버리는 이상한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왜 우리는 형편없는 인물들을 정치시장에서 몰아내지 못하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입법서비스에 관심 없는 정치인들이 국회에 들어가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정쟁에 몰입하며 금권과 인맥 쌓기에 몰두하는 담합체질을 우리 손으로 심판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어둠의 세월밖에 남지 않는다. 정치가 경제위기를 증폭시킨다고 불만만 토로하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유권자 모델이다.

품질 나쁜 정치인의 궤적을 추적해 시장에서 축출하지 않으면 경제는 추락한다. 지방 자치단체장의 속임수 행정서비스도 심판하지 않으면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 각 정치인들의 상품가치를 엄격하게 식별하고 국민이 식중독을 일으킬 만큼 변질됐거나 과대포장된 인물은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고운석<시인. 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