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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에는 2개의 한국인 기념관이 있다. 하나는 안중근 의사와 정율성 선생이다.

하얼빈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도시이다. 하얼빈 표기는 합이빈(哈爾濱)이지만, 발음하기 곤란하여 옛날부터 ‘하얼빈’으로 발음하고, 중국동포들이 발행하는 책자나 신문을 보면 ‘할빈’이라 표기하고 있다.

그곳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 침략을 막기 위해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등박문(伊藤博文)을 향해 3발을 더 쏜 다음 ‘대한국만세'를 외친 곳이 바로 하얼빈이다. 의거 현장엔 타일로 5m 정도 거리를 두고 세모와 네모 모양 표시를 만들어 놓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명하는 안내문은 없으나, 세모 모양이 있는 곳은 안 의사가 그를 저격한 지점이고, 네모 모양은 그가 쓰러진 지점이다. 하얼빈시 안승가 조선민족예술관에 2006년 7월 문을 연 안중근 기념관이 있다.

500㎡ 규모의 이 기념관은 안 의사의 동상 등 관련 사진 모두 300여 점의 자료를 전시되고 있다. 원래 안중근 동상은 개인이 사비를 들여 제작해 지난 2006년 1월 16일 중국 하얼빈 시내 중심가에 세웠으나, 외국인 동상은 실외에 세울 수 없다는 중국정부 방침에 의해 철거됐다.

철거된 동상은 지난 9월 1일 인천항을 거쳐 고국으로 돌아와 안중근 의사 100주년 기념일인 이날 부천에 세워져 제막식을 갖게 되었다. 지난 6월 흑룡강성 초청으로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강월화(康月華)관장으로부터 정율성선생의 기념관이 곧 개관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때 참가하지 못하여 지난달 24일 하얼빈을 방문하여 기념관에 찾았다.

1914년 광주 동구 불로동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인민음악가로 중국인들에게 널리 존경받고 있으며, 최근 신중국창건 100대 영웅으로 뽑힌 인물이기도 하다. 작년 강서성 남창(南昌)에서 정율성 음악제가 성대히 개최되었으며, 올해 9월에 북경, 섬서성의 연안(延安)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신종플루’ 때문에 취소되기도 하였다.

그가 하얼빈에서 살지 않고, 잠시 머물렀지만 하얼빈 동포들의 노력에 의해 세웠다는 것을 보면 동포들이 정율성선생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있기에 한중간 우호교류가 더욱 증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념관에서 정율성선생의 딸인 정소제여사와 만나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처음 화면에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우리의 대오는 태양을 향하여' 세계의 시선이 쏠린 지난 10월 1일 중국 건국 60주년 열병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행진할 때 울려 퍼진 장엄한 '인민해방군가' 의 작곡가가 한국에서 태어난 정율성이었다.

그는 중국을 무대로 음악가이자 항일 독립투사, 혁명가로 치열하게 살다간 그의 62년 생애와 음악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기념관에 진열되었다.

전시관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한국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들은 그의 삶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며 그가 한중 두 나라를 잇는 다리가 되기를 기대하는 글들을 방명록에 남겼다.

2층 건물 1350㎡의 공간에 진열된 200여점의 자료 중 첫 부분은 정율성이 1933년 의열단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였던, 셋째형을 따라 중국에 와서 항일투쟁을 계속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가던 모습들이다.

2층 전시관에는 그가 본격적으로 혁명에 뛰어들게 되는 중국 공산혁명의 근거지 연안(延安)의 험준한 산악지대와 그 속에서 정설송(丁雪松)과 사랑을 키워가며 창작과 연주에 몰두하던 낭만적인 모습들을 재현해 놓았다.

당시 정율성이 작곡한 연안송(延安頌)은 백성들의 입을 통해 전국으로 널리 퍼져나갔고, 홍군 전사들의 사기를 드높인 '팔로군행진곡' 은 이후 1988년 등소평(鄧小平)의 명령으로 '중국인민해방군가' 로 공식 확정됐다.

건국 이후 중국 발전에 공헌한 혁명열사 100대 영웅은 곡성군 입면 출신인 김철 선생이 있다. 그 대시인이며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를 짓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작고했지만 전남 출신으로 정판용 전연변대학 총장, 지질학자인 안태성 전북경대학 교수는 흑룡강성 대경유전을 발견한 인물이기도 하였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동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