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탑뉴스 칼럼/시사/논평 건강•웰빙 화순뉴스 광주뉴스 전남뉴스 정부•정치소식 국제뉴스 문화•관광 여성 성명서
2025년 5월 28일
<고운석>路祭없이 간 金전 대통령
입력시간 : 2009. 11.12. 00:00확대축소


인생은 훌륭하지만 인생의 종국(終局)은 죽음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건 그 희망의 궁극이기도 하다. 한데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희망의 궁극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우리 사회를 비추는 빛으로 영원히 남을 슬픔.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을 비롯 많은 업적도 업적이거니와 남?북 이산 가족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줘 슬픔이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서처럼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거리가 가까운 나라는 없다. 상여머리에서 부르는 향두가(香頭歌)에서 "북망산 멀다더니/냇물 건너 북망산이로다."하고 이승과 저승을 냇물 하나로 접근시키고 있다.

또 문전옥답 서 마지기/날 가물면 어이 잠 이룰꼬" 하고 날 가문 것까지 그 북망산에서 내려다보고 걱정을 한다. 죽어서 땅에 묻혀도 혼백(魂魄)만은 항상 식구들과 한 지붕 아래 기거하고 한솥밥을 먹는다.

한데 옛날 중국의 술자리에는 유빈(幽賓)이라 불리는, 없는 사람과 더불어 술을 마시는 관습이 있었다. 술잔이며, 젓가락이며, 안주 덜어먹는 빈 접시는 버젓이 놓여 있는데도 마실 사람은 없는 술자리인 것이다.

죽어 유명(幽明)은 달리 했지만 더불어 술자리를 같이 하고 싶은 친지-그 친지의 영혼이 와 마실 술자리인 것이다. 일본에서도 가족이 죽으면 자기 집 불단에 신주(神主)를 모셔두고 친지가 찾아오면 우리처럼 그 문을 열고서 아무개 친구가 왔느니, 어데 사는 아저씨가 왔느니, 마치 산 사람처럼 대화를 한다.

우리나라처럼 육체는 사라져도 영혼은 살아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너무 심해 임종을 하면 지붕위에 올라가 망인의 체취가 스민 웃저고리를 흔들며 북쪽으로 떠나가는 영혼을 향하여 아무게 돌아오시오 하고 세 번 불러댄다.

이를 혼 부르기 또는 초혼(招魂)이라고 한다. 떠나가려던 망인의 영혼은 부르면 돌아오는 산사람처럼 돌아와서 신주에 좌정을 한다. 출관(出棺)할 때 문턱에 엎어놓은 망인의 밥그릇을 밟아 깨는 습속도 밥그릇에 남아 있을 이승의 미련을 단절시키려는 수단이라 하니 미련 많은 한국인의 영혼 휴머니즘이 아닐 수 없다.

발인할 때 상여 앞에 지전(紙錢)을 들고 가는 것도 그렇다. 상여머리에서 부르는 향두가도 그렇고, 저승문을 지키고 있는 우두나찰(牛頭羅刹)마두나찰(馬頭羅刹)에게 팁을 주기 위해서다. 영혼세계도 인간세계만큼 부패돼 있다고 여겼던 인간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노제(路祭)도 영혼 휴머니즘의 일환이다. 한국에서의 노제는 세 가지 이유가 복합돼 있다.

그 하나는 저승길가는데 방해를 하는 악신(惡神)으로부터 영혼을 보호해 줄 것을 길의 신(神)에게 비는 절차로서의 노제다. 도조(道祖)라는 이 길의 신은 중국 신화시대의 황제의 아들로 멀리 놀러나가길 좋아하다가 길에서 객사하여 길의 신으로 좌정한 것으로 문헌에 나온다.

다른 하나는 상여가 나갈 때 마지막 이별을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가는 길목에 술자리를 펴놓고 기다렸다가 이별의 곡배(哭拜)를 하는 절차로서의 노제(路祭)다. 다른 하나는 상여가 마을의 경계(境界)-곧 장승이 서 있는 동구 밖이나 냇물 건너가기 직전에 살았던 내 고향 내 마을의 산천과 친지들과 이별하는 마지막 절차로서의 노제 파악이다.

더욱이 부인들은 산소까지 가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에 이 경계에서 이별하게 되어 있어 이 노제는 구슬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노제는 한국인의 인간적 사생관에서 사생간의 마지막 매듭이랄 수 있다. 한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간소하게 하자는 이희호 여사의 뜻에 따라 노제없이 현충원에 영면했다.

고운석<시인. 광주 남구발전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기사 목록     프린트 화면     메일로 보내기     뉴스 스크랩    


칼럼/시사/논평/이슈
“화순군민 여러분! 6.3대선 투표합시다…
구복규 화순군수가 “대한민국의 운명이 군민 여러분의 투표 참여 의지에 달려 있다”며 제21대 대통령 선거…
[論評]지자체장 임기말에 쏟아지는 음해…
화순군에서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지금까지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방검찰청은 지난 군수 고발…
[기고] 모내기, 이제는 6월에 해야 한…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생산 안정성과 품질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벼농사와 같이 기온…
[社說] 결혼식 비용이 왜 높은지...그럴…
제도적인 결혼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회에서는 결혼식이 곧 사회에 두 사람의 결혼을 선언하고 알림으로서 결…
[이슈]화순군 민선8기 공약이행 평가 전…
화순군(군수 구복규)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2025년 전국 기초지자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지역행사 소식
화순야학, 90세 어르신 초등학교 졸업장…
화순야학 나무와숲(교장 김한중)이 지난 15일 2025년도 1차 졸업식을 성황리 개최했다. 이날 고등반 1명, …
무료광고
[무료광고] 화순 센터시티 주택조합 가…
지난 12월 16일(토), 화순읍 진각로 189 화순센터시티(조합장 최봉준/이하 센터시티) 모델하우스에서 조합원…
Copyright ⓒ 2005-2007. 유한회사 파인뉴스(www.파인뉴스.kr). All right reserved.

등록번호 : 전남 아 19호등록 : 2006년 3월 31일전화 : 061-374-0451휴대폰 : 010-9912-4055 청소년보호정책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칠충로 53문의메일 : 470choi@daum.net발행인 : 최재승 / 편집인 : 최재승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