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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4대강사업의 하나로 추진될 영산강사업의 기공식에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박광태 광주광역시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처신에 대해 소속정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지역 정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문제의 요점은 민주당이 세종시문제와 함께 4대강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의 두 단체장이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 적절 했는냐 하는 것과 함께 언론에서 ‘용비어천가(龍飛御天歌)’라고 까지 보도된 그곳에서의 발언내용에 있다.

첫째, 참석해야 했느냐에 대해 살펴보면, 필자는 당연히 참석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지지했느냐’와 ‘좋아하느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당선되어 직무를 수행중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5공 시절의 전두환 대통령의 경우와는 구별되어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는 두 지역의 행정책임자로서 항상 지역발전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예산 편성권 등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대통령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악화되는 것은 지역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둘째, 그곳에서의 발언 내용에 대해 살펴보면 결코 합격점수를 받을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이 지역을 찾은 대통령에게 인사 치례의 칭찬과 찬양이야 응당 있을 수 있는 일이니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일 것이다. 적어도 광주, 전남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라면 지역의 ‘상징성’과 지역민을 배경으로 4대강사업의 문제점과 세종시 사업으로 인한 광주, 전남의 피해를 경고하는 준엄한 열변이 나올 수 있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도 한 인간임과 동시에 정치인인 까닭에 자기에 대한 환대여부에도 신경이 쓰일 수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지역민의 ‘정서’와 ‘저항정도’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명이 넘는 광주, 전남의 국회의원들이 기공식에 전원 불참한 것과 그들이 시장?지사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전혀 가당치 않는 일이다. 생각해 보자, 국회의원은 입법부를 구성하는 독립적 헌법기관이지만, 대통령 또한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의 원수’인 것이다.

두 기관간에는 상호 견제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호존중도 필요하며, 상호견제도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평화적 방법으로 도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이중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지역발전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되고, 그것은 선거에서 지역민들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그 날의 기공식에 마땅히 참석해야 했으며, 그곳에서 대통령을 따뜻하게 영접했어야 옳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20여명의 기라성 같은 국회의원들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과 수위도 달라졌을지도 모르며, 지역 현안에 대한 언급도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곧 국회에서의 예산 심의가 시작될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분석, 발표한 것을 보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표적 낙후지역인 광주, 전남 지역에 대한 배려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얼마나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의 홀대를 선전함으로써 지역민으로 하여금 ‘반 한나라당 정서’를 지속시켜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것인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여권과도 교감하며 최선을 다하는지에 따라 우리지역의 살림살이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영산강 사업 기공식에 얽힌 시장, 지사와 국회의원들의 처신을 보면서 정치인의 처신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