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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에 백아(伯牙)라는 거문고의 명인이 있었다. 그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잘 알아들은 종자기(鍾子期)라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백아가 높은 산을 오르는 생각을 하면서 거문고를 켜자 종자기가 "정말 굉장하네. 태산이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느낌일세."라고 말했다. 또 한번은 도도히 흐르는 강을 떠올리면서 거문고를 켜자 "정말 대단해. 양양한 큰 강이 눈앞에 흐르고 있는 것 같군"이라고 말했다.

종자기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는 두 번 다시 거문고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는 "이 세상에 내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은 오직 종자기 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나를 알아준다는 지음(知音)이란 고사성가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중국 무한(武漢)에 고금대(古琴臺)가 그 곳이다.

지난 18일 광주 전남예술인협회 주최로 ‘대중예술의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요즈음 우리에게 대중음악이 차지하는 범위는 너무나 크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중국을 비롯 아시아 각 국에서 한류 바람을 타고 있으며, 대중음악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단하다. 몇 년 전 중국 초청으로 행사에 참석하였는데,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우리나라 가수들이었다. 그들이 올라오자 모든 중국인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대중음악은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작곡된 음악으로 민속음악과는 달리 특정 작곡가가 지은 것으로 대개 전문가인 경우가 많으며, 구전과정을 밟지 않고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된다. 1950년대 이후 서양의 '팝' 음악(대중음악)은 로큰롤이라고 알려진 전자증폭음악에서 비롯했으며, 끊임없이 음악 양식이 변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민속음악이 아니면서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은 모두 대중음악이었다.

중세 민스트럴과 트루바두르의 노래에서부터 원래 소수의 상류층을 위해 지은 것이지만, 널리 유행하게 된 세련된 고급예술 음악들까지 모두 대중음악에 속했다. 산업혁명 이후 진정한 민속음악은 대부분 사라졌고, 빅토리아 시대와 20세기 초의 대중음악은 뮤직홀과 보드빌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뒤 뮤지컬의 노래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금세기 서양의 대중음악은 미국, 특히 흑인 음악의 발전과정에 따라 주도되었다. 미국의 흑인 음악은 금세기 가장 두드러지는 새로운 음악 양식인 재즈에 아프리카의 민속음악과 리듬의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오늘날 대중음악이 우리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음악이 서양음악이었다. 그런데 동떨어진 음악교육을 그대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학교 교육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대중음악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매일 듣고 있는 모든 방송과 인터넷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대부분이 대중음악이 차지하고 있는데도, 대중음악에 대한 정부의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2,500년전 시경(詩經)이 만들어진 것이 대중음악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신라시대 향가(鄕歌)가 대중음악이며, 고려시대 속요(俗謠)인 가시리, 만전춘, 동동, 서경별곡 등이 대중가요다. 그런데 조선시대 들어와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하여 천대받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해방이 되면서 우리 교육은 서양음악 일변도로 배웠다. 학교에서 배운 음악 모두가 서양 음악이었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 국악도 음악의 분류에 넣어 교과서에 싣게 되었다. 이제 대중음악도 음악교과서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대중음악은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한다. 그것은 15세에서 25세 사이에 완전히 형성되며, 그 시기에 배운 노래가 평생을 가게 된다. 세대 차이란 말도 노래의 차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우리는 세계 속에서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대중음악을 학교 교육에서 등한시 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부터 철저히 공부하여 세계에 우뚝 솟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이를 위해서 우리 모두가 노력할 때라고 본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동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