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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일본의 나가사키(長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현의 관계자들이 고슈(光州)에서 오신 분들이라면서 반갑게 마중을 해주었다.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 유명한 관광지 ‘하우스텐보스’가 있다.

이곳에 중국 항주(杭州)시의 써커스단이 와서 공연을 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유명한 고슈의 써커스단을 보십시오”라고 말하기에 광주의 써커스단이란 말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항주의 일본어가 ‘고슈’이었다. 아직도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의 지명을 자기 발음대로 읽고 있다.

중국도 일본의 지명인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후쿠오카(福岡), 나가사키(長岐)를 한자포기는 그대로 하지만 일본 발음으로 읽지 않고, ‘뚱찡, 따판, 밍구우, 푸깡, 창치’로 읽는다. 우리나라 지명도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을 ‘푸산, 따취, 꽝저우, 따톈’으로 읽고 있다.

중국으로 귀속된 홍콩은 샹깡(香港), 마카오는 아오먼(澳門)이지만 세계 사람들은 ‘홍콩, 마카오’로 발음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중국의 하문(厦門)을 ‘샤먼’으로 말하지 않고, ‘아모이’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그리스를 ‘시라’ 뉴질랜드를 ‘신시란’ 러시아를 ‘어뤄쓰’ 브라질을 ‘빠시’ 아이슬란드를 ‘삥다오’ 로 사용하며, 아테네를 ‘야뎬’ 브엔티안을 ‘완샹’ 콸라룸푸르를 ‘지룽퍼’ 호치민을 ‘시꿍’ 프놈펜을 ‘찐볜’ 방콕을 ‘만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 중국이 서울을 ‘한청’이 아니라 ‘서우얼’ 로 부르길 기대한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서울의 새로운 중국어 표기에 대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며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지도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지도에서 국가 이름이나 수도 이름을 바꾸려면 중국 외교부의 승낙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경공항은 “공항 게시판의 표기를 바꾸려면 민항총국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아직은 바꿀 계획이 없다고 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를 ‘서울’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46년 8월 15일, 해방후 첫 광복절 때부터였다. 그 전에 임명됐던 둡명의 서울시장은 ‘경성부윤’으로 취임했다.

서울의 명칭은 1395년 조선왕조의 한양 천도 후 500년 동안 ‘한성(漢城)’이었다가 1910년 한일합방(韓日合邦)과 함께 ‘경성(京城)’으로 바뀌었다. 광복 후 새나라 출발의 의미를 담아 ‘서울’이 됐으나, 중국인들은 계속 조선시대 명칭인 ‘한성’을 써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한국이라고 부른 나라는 이 세상에 한 나라도 없다. 서양에서는 ‘코리아, 꼬레아’ 일본은 ‘강고꾸’ 중국은 ‘한궈’ 태국은 ‘까오리’로 부르고 있다. 중국이 한궈로 부른다고 해서 영어로 코리아가 아닌 것이 아니다.

서울시가 1년여 공모와 숙의 절차를 거쳐 서울의 중국어 지명 표기로 ‘서우얼’을 최종 선정한 것은 언어학적인 면에서 ‘서우얼’은 서울과 음이 비슷하다. ‘머리 수’는 수도 서울을 상징한다. ‘너 이(爾)’ 자는 의미 없이 음으로만 사용됐는데 하얼빈(哈爾濱)처럼 ‘r, l’로 끝나는 지명을 표기할 때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글자다.

두 자 모두 획수도 적은 편이고, 중국 정부가 선정한 3500자 首자 상용한 자에 속한다. 정자인 爾자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는 것은 획수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간체자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선택으로 보인다.

도시 이름 가운데 유일한 우리말 지명이 서울이다. 사실 우리가 한자를 회피하고 있는데, 한자를 많이 사용해야 된다. 서울의 약호인 京을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일이다. 일본은 東京, 중국은 北京, 南京이 있다. 서울은 동경이나 북경, 남경의 중앙에 있어 中京이 좋은데, 중국의 중경(重慶: 충칭)이 있어, 한국의 서울인 韓京도 생각해 볼 일이다.

중국 사람들은 남조선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한국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중국 사람이 다른 나라의 지명을 어떻게 표기하고 부르는가는 중국 사람들이 결정할 것이다.

글 =강원구 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