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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선>나무처럼 사는 사람들 | | | 입력시간 : 2010. 08.04. 00:00 |   |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나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나무처럼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말하려 한다. 나무는 계산에 철저하다. 그러므로 키를 키우는데 있어서도 절제를 한다.
키가 너무 크면 이쪽저쪽 바람 타기 좋으니까. 중심을 다잡기 위해선 키의 크기가 중요하다. 나무는 몸짓을 불리는 데도 신중하다. 몸이 너무 비대하면 영양 보충 등 자신의 식솔을 건사하기 버거우니까.
그래서 키는 숨쉬기 편한 만큼, 몸뚱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누구 말대로 숲에 살면서 가능한 한 지면을 넓히며 산다. 왜 그럴까? 나무는 넘어지면 일어나지 못하니까. 뿌리를 튼튼하게 한다. 우리 주변을 보면 우리는 나무가 아니어서 넘어진다 해도 금세 일어날 수 있는데도 나무처럼 뿌리, 곧 주변을 넓히기에 여념 없는 사람들을 너무 자주 만난다.
각급 학교 동창회, 무슨 동호회, 어디 향우회, 아무 게 봉사 단체 등등 모임이 한 달에 서른 개인 사람도 있다 한다. 매일 매일 모임이니 얼마나 공사 다망할까?
나무는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니까 뿌리를 튼튼히 하려고 사방팔방으로 뿌리를 뻗어 내린다지만 우리는 분명 나무와 다르지 않은가? 나무는 자기 주위에 키가 비슷하거나 몸짓이 유사한 나무랑 같이 살기를 좋아한다. 물론 그래서 나무는 군락을 이루며 목마름이나 비바람, 그리고 즐거움과 외로움 등을 동고동락한다.
하지만 사람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나무처럼 뿌리 뻗기를 좋아한 사람들은 어떤가? 자기와 능력이 비슷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한 집안에 늙은이가 둘 있으면 서로 먼저 죽으라고 시기를 한다는 말처럼 그들은 자기와 비슷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반드시 서열을 매긴다. 그리하여 형님 아니면 아우로 좌정을 한 뒤 자신의 입지를 정한다.
결국 그 사람의 주위는 ‘형제 항렬’만 존재한다. 그래서 아무 게 국회의원은 형님, 어느 경찰서 형사는 동생 하면서 나름 막강한(?) 형제 파워를 내세우며 그에 대단히 만족하고 사는 것 같다. 하지만 그 형제애란 것이 모래성 같아서 오래가지 않는 게 다반사 아니던가?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진 그들의 형제애는 아주 우애로워 보이지만, 자신의 이권과 직접 관련한 일이 생기면 금세 깨지고 마는 것이 십중팔구이다.
한편, 나무는 키에 비해 이파리는 작게 갖는다. 그 이유는 영양분을 덜 빼앗기려는 계산 때문이다. 그 대신에 햇빛도 그 만큼 적게 받아들임은 당연하다. 그러면 나무처럼 사는 사람들은 어떤가? 햇빛은 가능한 한 많이 받아들이고, 영양분은 가급적 적게 빼앗기고자 안달을 한다.
다시 말해서 이익이 있는 곳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세금을 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슨 봉사나 기부하는 데엔 매우 인색하니 분명 나무와 다르지 않은가. 나무처럼 뿌리만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그 사회는 정체된 또래 사회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또래라는 것이 장벽이 되고 장애가 되어 다른 또래와의 소통을 막는데 있다. 또래문화는 아주 소중하지만 그 것이 소통과 화합을 저해할 경우엔 매우 위험하다.
나무처럼 뿌리를 굳게 하며 사는 사람들, 나무를 배우려거든 확실하게 배우기 바란다. 기초 질서는 가능한 한 굳게 다지고, 더불어 사는 지혜와 배려는 키나 몸짓이 비슷한 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사는 것처럼 했으면 좋으련만….
끝으로 나무는 죽어서도 무엇이 되어 봉사와 희생을 한다. 은행나무만 보더라도 나무의 일생이 끝이 나면 가구가 되어 또 다시 일생을 무거운 짐 달게 지면서 인간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가? 우리 사람들, 무늬만 나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무의 지혜와 봉사, 그리고 절제의 정신을 본받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는 넘어지지 않으려 뿌리를 많이 뻗고, 사람들은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 또래를 많이 형성하면 좋지 않을까? 이파리 작은 나무는 겨울 이불이 얇은 법이다. 그래, 내가 뿌린 만큼 거두는 사회, 그 곳은 분명 아름다운 피안일 게다.
<최한선 전남도립대 교수·시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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