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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병역 기피, 증여세 탈루, 4대강 감사 발표 지연 등을 이른바 ‘3대 의혹’이라 하면서 언론매체를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있다.

의혹이 있다면 밝히는 게 내정자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나 우리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총리 내정자와 동신대 총장이 남매지간이라 하여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혹세무민하듯 지역민은 물론 해당 대학 재학생들에게 공연한 피해를 주는 일이 있어선 곤란할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방대학 국고 보조에 대한 오해와 인식의 결여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어서이다. 오늘의 사립대학은 조선시대 서원과 같은 성격으로 고등교육기관임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향교와 더불어 양대 교육기관이었던 서원은 문중이나 개인, 유림 등이 건립한 사립의 성격이었고, 반면에 향교는 1읍 1교의 원칙 아래 국가에서 직접 건립, 운영하였다. 두 기관은 국립과 사립으로 건립 주체는 달랐으나 지방민 교육과 교화, 향촌 자치, 선현 배향, 도서 비치 등에 있어서는 그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오늘날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학이 그 건립 주체는 다를지라도 하는 일이 비슷한 것과 동궤의 것이다.

굳이 다름이 있다면 향교는 오늘날 국립 중등학교의 수준이라면, 서원은 오늘날 사립대학의 성격으로 그 교육 과정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서원이 비록 사립의 성격을 지녔지만 그 하는 일이 워낙에 지대하고 중요하였기에 국가에서 지원이 있었음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그도 당연한 것이 국가가 관장했던 국립대학의 성격은 중앙의 성균관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의 서원이 그 역할을 했으니 국가의 지원은 누가 뭐래도 당연지사였다.

이로 볼 때 조선시대에도 교육 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었음이 자명하다. 그러나 그 것은 어디까지나 막무가내, 퍼주기 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었음 또한 몰라선 곤란하다.

지금의 상황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교육부가 로비만 잘 하면 부실한 사립대학에 국고를 막 퍼준다는 생각, 어느 특정인의 압력에 못 이겨 터무니없이 국고 지원을 해준다는 인식은 아무래도 교육부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시대착오적 픽션일 뿐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의식이 심히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지방 대학에서 국고 지원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하는지, 현실을 너무나도 모르고 하는 막말이어서 심히 가슴이 아프다.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라면, 아니 교육이 국가의 백년, 천년, 만년의 대계임을 안다면 오늘날 지방대학의 현실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그 적확한 실상을 알아보고, 그 해결을 위한 입법 제안 등 진지한 다각의 노력을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그래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면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일진대 모당 이모 의원의 말을 듣노라면 참, 어이가 없다. 자격도 안 되는 대학이, 권력에 힘입어 2004∼2005년에 받은 국고 지원금이 1천억 원이 넘었다는 주장인데, 이는 우리 지역대학과 지역민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부에서 내정자의 자녀가 외국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신대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한 사실을 두고도 특혜 시비 등 왈가왈부한데 이 역시 내정 간섭을 넘어선 무식의 소치에 다름 아니다.

대학을 다녀본 사람들의 주장인지 의심이 갈 정도인데 대학의 시간 강사 자격 기준을 한 번만 보았어도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동신대학을 흠집내기 위한 작정과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동신대학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그래서 잘 안다. 내가 아는 동신대학은 도덕적으로 존경받을 만하다. 현재 필자는 지방 공립대학에 근무하는 교수이다. 하지만 지방 대학이 갖고 있거나 겪고 있는 당면한 문제는 국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동병상련이다. 수도권 중심의 개발 정책과 출산율 감소 등은 지방 대학이 시나브로 고사하는 원인 중의 하나인데 여기에 지방대학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편견이라니 저 푸른 가을 하늘처럼 가슴의 멍이 짙다.

최한선 <전남도립대 교수·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