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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9회 농업박람회는 지난해에 비해 훨씬 성공적이었으며, 11일간 개최되었어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양한 종류의 식물원, 아파트에서 채소 가꾸기, 열대과일 생산하는 과정, 태양열 집열관 농장의 농사짓기, 수출품 전시관, 누에생태관 등이었다.

특히 누에 생태관에서 양잠업(養蠶業)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상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60~80년대까지 농촌에서 주요 산업으로 각광을 받았던 누에산업이 노동력 부족과 화학섬유에 밀려 어려움을 겪게 되었으나, 도전 정신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화려하게 변모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누에 키우는 장면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은 것이 보였다. 박람회를 다시 보고 싶어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보여 주면서 농업이 관광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F1 경주장이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워낙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점심 먹기가 힘들었다. 요즈음 낙지가 팔리지 않는다기에 특별히 낙지를 시켜 머리까지 먹었는데, 이날은 식당들이 즐거운 비명을 울리고 있었다.

영암군의 간척지 위에 이제 막 완공된 F1 경주장은 거대한 규모 때문인지 너무 황량하게 보였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그것도 지방인 영암에서 치러진 이번 대회는 많은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주차장에서 그랜드스탠드까지 30분 걸어가야 해 상당히 힘들었으며, 공사가 끝나지 않았던 경주장과 스탠드 곳곳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도 노출됐다.

경주장에 들어서자 굉음(轟音)을 내고 달리는 자동차 소리에 흥분되기 시작하였으며, 앞에서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서 아슬아슬 하는 순간들을 바라보니 엄청 좋았다. 룰을 잘 몰라 바로 앞에서 보니 200m 정도만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고 전체는 보이지 않아, 오히려 TV 앞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못했다.

너무나 시끄러운 소리와 자동차만 지나가기 때문에 30분 정도 관람하고 나왔는데,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세계 3대 메머드급 스포츠 이벤트인 F1을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지방의 세계화는 물론 서남권 국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올림픽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국운 상승의 계기를 마련한 것처럼 F1대회도 우리나라 브랜드 가치와 지역발전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믿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F1 티켓 강매 논란과 사실상 공짜표인 자유이용권 발행에 따른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관람석이 텅 비면 첫 대회부터 실패라는 지적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 되는 상황에서 모양새가 좋지 않아 관계기관에 티켓 판매 협조를 하고 자유 이용권을 발행한 것으로 안다.

앞으로 F1 경주장을 중심으로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이른바 J프로젝트를 비롯한 지역의 투자유치를 촉발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견인하고, 자동차산업과 모터스포츠 산업, 관광산업의 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국제선과 국내에서 들어올 수 있는 도로나, 충분히 쉴 수 있는 호텔들이 갖추어야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다.

외국인들이 들어오는데 국제선이 없고, 호텔이 턱없이 부족하여 괴상한 모텔에서 잠을 재운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회장 시설 공사도 대회 직전에야 완공하는 등 대회 준비에 아쉬움이 많았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F1 대회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으로 전환될 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경주장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만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두 곳을 보고 농업박람회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면, F1대회 아쉬움이 많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희망을 갖고 착실히 밀고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