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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9일
<오수열 교수 수기> 어느 친구의 죽음
입력시간 : 2011. 01.25. 00:00확대축소


“사주쟁이 자기 죽을 날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 누구도 자기 죽을 날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데에서 비롯된 말이 아닐까 싶다. 친구 가운데 특히 사주(四柱)에 능한 역술인(易術人)이 있었다.

말이 친구이지, 나이 쉰이 넘어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었고 서로 통성명(通姓名)을 하는 과정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져 새롭게 친구가 된 사이였다.

사주와 관상 등 역술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나와는 달리 그에 대한 집착이 강한 아내는 때때로 그 친구를 찾아 집안의 대소사(大小事)를 의논하는 모양이었다. 그 친구의 근황에 대해 나보다는 훨씬 더 자세히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주변의 지인(知人)까지 소개하여 친구가 무척 고마워 한다는 것이었다.

4년 전쯤, 연초에 가족의 일년 신수(身數)를 보기 위해 찾아간 아내에게 “친구의 금년 운수가 왜 이리 좋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그만 두든지, 크게 아프든지…. 어떻든 매우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며 나를 걱정하더란다.

물론 나는 “쓸데없는 소리네. 교수가 직장에서 쫓겨난 것 보았는가. 건강 또한 보는 바와 같이 건강한데 무슨 소린가”라며 일축해 버렸다. 그런데 참 신통하게도 그 해 11월 나는 수업 도중 쓰러졌고 앰블런스에 실려 지방의 대학병원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서울의 유명병원으로 옮겨지는 큰 일을 겪어야만 하였다. 친구에 대한 아내의 믿음이 커졌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이처럼 운명을 예측하는데 신통하다고 소문난 그 친구가 며칠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幽明)을 달리하였다고 한다. 사실 그 소식마저도 나는 아내를 통해 전해 들었다. 사연인즉, 객지에서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막내의 건강이 걱정되어 자문을 받을 양으로 그에게 전화했더니 친구의 부인이 “이미 저승으로 갔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침통을 넘어 자못 허탈해 하는 아내의 표정으로부터 그동안 아내가 친구로부터 가정의 대소사(大小事)에 관해 적지 않는 자문을 받아 왔고 의지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인연에도 불구하고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어 만난 까닭에 단지 두 번 밖에 상면치 못했던 친구였지만, 그의 죽음에 참으로 마음이 메여져 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그의 삶이 무척이나 곤궁하다는 이야기를 수 차례나 들었기 때문이다.

두어 달 전, 가족과도 거의 단절된 채 허술한 이층집에 역술원의 간판을 걸고 온전치도 못한 몸으로 식사 등 생활을 혼자 해결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더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토록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자녀들에 대한 걱정으로 한 숨 쉬더라는 말에 ‘조만간 짬을 내어 점심이라도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 채 비보(悲報)를 전해 듣게 되니 미안함이 더욱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이처럼 부질없다니….

6, 25전쟁 후의 가난과 혼란 속에서 당시로서는 광주의 변두리에 해당되었던 양동(良洞)의 공동묘지를 깎아 세운 신설 초등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 비록 오랜 헤어짐 끝에 나이 들어 만났건만 마치 백년지기를 만난 것 마냥 반가워했던 그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역술인으로서 자기의 인생이 각박한 까닭을 이름이 지나치게 큰 뜻을 지니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며 개명(改名)을 고려하더라는 친구였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들려온 그의 죽음은 그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명한 진리를 또다시 인식하게 해주었다. 이제 남은 삶이라도 보다 각박하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속으로 먼저 간 친구의 명복을 빌어본다.

오수열 <조선대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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