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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성씨(姓氏)는 7000여 개이며 동서남북과 상하좌우 4개 글자도 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과학원 성씨연구전문가와 중화문화촉진화 추자루(邱家儒)부주석이 최근 편찬한 '중국성씨대사전'에는 모두 2만3813개의 성씨가 수록돼 있다고 신화통신이 작년 10월 보도했다.

2만3000여 개의 성씨를 글자수로 보면 외자가 6931개, 두 글자가 9012개로 가장 많고 세글자 4850개, 네글자 2276개 등이다. 위 연구원은 지난 40년간 성씨에 관한 각종 서적과 문헌 및 고고학 인구센서스자료 등을 참고로 조사를 벌였다.

성씨 중 가장 긴것은 10자짜리 '훠얼촨자무쑤타얼즈둬씨' 한 개로 티베트족이 있으며 가장 짧은것은 한 획인 '이(一)씨'로 중국 서남부에 있는 소수민족 리쑤족이다. 중국말에 '작은 부엌살림에도 7가지는 꼭 필요하다'고 할때 땔감, 쌀, 기름, 소금, 간장, 식초, 차 등 7가지를 말하는데 이 7자를 붙여 쓴 성도 있다.

7000여 개 성씨 중에서 100개 성씨가 전체 인구의 85%를 차지하고 이중 리(李), 왕(王), 장(張), 류(劉), 천(陳), 양(楊)씨 등 6가지 성씨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100여 개의 성씨 가운데 김(金), 리(李), 박(朴)이 제일많다.

하지만 이 세 성씨가 삼국시대에 생겼다. 중국문화의 영향으로 세 성씨가 최초로 생겨 사용해온 것이다. 그런데 삼국시대 신라의 여성권익부분도 흥미롭다. 오늘날 보이지 않은 남녀차별이 존재하고 여성 대통령의 등장 또한 요원하지만, 신라시대에는 오히려 여성 권익이 높았다.

신라 27대 선덕여왕, 28대 진덕여왕, 51대 진성여왕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집안에만 갇혀 지냈던 조선시대 여성들과 상반된다. 한데 다시 신라시대가 떠오르는 삶을 살고있다. 姓 혁명(?)까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캠퍼스에는 '성(姓)'을 쓰지 않는 학생이 부쩍 늘고있다. 지난 12월 1년간 공석이던 서울대 제53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지윤씨(21·여)도 성을 쓰지 않는다. 선거운동기간 서울대 관악캠퍼스 곳곳에 붙은 대자보에도 성을 뺀 채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의 이름, 지윤·두헌'만 올렸다.

"성씨 자체가 가부장제의 산물입니다. 여성운동에 관심이 많은 만큼 개인적인 자리에서건 공적인 자리에서건 성을 빼고 이름만 쓰고 있습니다."

지윤씨의 성은 이(李)씨지만 학생회장 신분으로 발언할 때는 이름으로만 자신을 소개한다. 연세대 문학협동과정에 재학 중인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씨도 이름만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박혜경 교수는 '(이박)혜경'이라고 부모양성에 괄호를 붙여쓴다.

서울시의회 김명신 의원(54)은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기 전까지는 '김정명신'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아버지 성에 어머니 성까지 붙여쓴 것. 김 의원은 "호주제 폐지 운동의 일환으로 양쪽 성을 함께 썼다"며 "호주제가 폐지돼 목적을 달성한데다 양쪽 성을 모두 쓰는 게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기도 해 이제는 한쪽 성만 쓰고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자녀를 낳으면 성이 4개가되느냐는 지적부터 어머니의 성도 결국 부계 성을 따른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교계가 가능한 한 아버지 성을 따라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고운석<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