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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얘기였던 보편적 복지 문제가 내 문제가 되고, 현실이 되었다. 2010년 6·2지방선거를 통해 점화된 무상급식이 전국 초등학교의 80%에서 실시되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2006년 지방선거만 해도 주요 쟁점은 경제성장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 또한 경제성장의 연장선이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복지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빈부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환상이 깨지자 국민들은 보편적 복지에 눈을 돌렸다.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은 복지 혜택을 늘리는 보편적 복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 논쟁이 뜨겁다. 마이클무어 감독이 만든 영화 ‘식코’에는 가진 돈 만큼만 잘린 손가락을 붙여주고 나머지 손가락은 버리는, 돈벌이에 눈이 먼 미국의 실상이 펼쳐진다.

이와 대비되는 영국·프랑스·캐나다·쿠바에선 무상진료·무상치료에 교통비까지 지급한다. 미국에서 120달러인 약값이 쿠바에선 단돈 5센트다.

무상급식과 다르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의료는 출발부터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재원이다.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나라들이 복지에 사용하는 세금비율은 얼마나 될까.

재원은 당연히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다. 이 중 복지에 지출되는 비중은 프랑스·독일·스웨덴의 경우 60%선이고 OECD 국가의 평균 복지비 지출은 45%선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복지 지출 비중은 28%로 OECD 30개국 중 26위다.

한 나라의 복지 수준을 평가하는데 사용되는 지표는 복지예산이 얼마나 늘었느냐가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의 비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OECD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중 20.6%를 복지에 사용하지만 한국은 6.9%에 불과하다. 2009년 7.9%, 2010년 7.0%, 2011년 6.9%로, 빈부 양극화로 복지비 지출은 늘었지만 지표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평균 수준의 복지제도를 도입하기위해 매년 100조 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복지 수준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증세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복지국가로 가는 여정에 반드시 거쳐 가야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증세문제는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서민들에게 불편하고 마주하기 힘든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증세’라는 힘든 산을 넘지 않으면 또다시 주저앉아 절망에서 건져 올린 복지국가라는 그림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한겨레신문에서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모든 국민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72.1% 였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증세를 얘기하는 정치인은 바보라고 한다. 애둘러 돌아가지 않고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주장하는 부유세는 상위소득 0.56%에 해당하는 3억 원 이상 순자산 보유자 및 1조원이상 법인(91곳)에 부유세를 1% 내게 하자는 내용이다. 진보신당은 사회복지세 도입을 주장한다. 1년에 소득세 400만원 이상의 소득자와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 법인세 5억 원 이상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의 15~30%를 추가로 납부시키자는 내용이다. 소득자 400만 원 이상이면 우리나라의 상위 5%내에 드는 부자들과 상위 1%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걷는 세금이니 대다수의 국민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 여론에 밀려 80% 무상급식까지는 어찌어찌 왔지만 종부세 철회, 부자 감세 등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추진했던 한나라당은 무상복지는 나라 망치는 길이며, 세금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논리로 반대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한걸음 내딛었다. 교육, 보육, 의료, 주거, 일자리 등 복지국가로 가야 하는 여정은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복지국가 담론이 정치인들의 정쟁으로 말장난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국민 모두의 담론이 돼야 한다.

누가 진짜복지, 가짜복지를 얘기하는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입을 열고 옆 사람과 얘기를 시작하자.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이승희 <광주복지공감플러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