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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현행 실정법으로 다스릴 재간이 없다. 이렇다보니 한국의 의원들은 국민을 우습게 보고있다. 미국을 보면, 미국은 연방하원의회윤리국(OCE)에 의원들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기구가 있는데 엄하다.

일명 저승사자라고 부르는데 2008년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지난해까지 국장을 맡았던 검사출신 레오와이즈 국장은 메릴랜드주 연방검사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9·11테러 배후혐의자인 오사마 빈라덴 운전사에 대한 전범재판을 맡았던 공군 법무감 출신이 맡고 있다.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윤리위원회에 조사결과를 보고는 하지만 엄연히 독립적이다. 윤리국은 의원들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범위와 시기에 관계없이' 조사에 나설수 있다. 조사결과는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만들었지만 지난 3년간 조사를 받은 의원은 민주당 쪽이 더 많았다. 걸렸다 하면 가차없었다.

올해 1월 초 전·현직 의원 6명이 윤리국에 걸렸다. 외국 출장경비 중 남은 돈을 반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서는 차기 총리감으로 촉망받던 마에하라 세이지외상은 중학생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72세의 재일 한국인 여성에게서 2005년부터 4년간 모두 20만 엔(한화 약 260만원)의 정치헌금을 받은것이 문제가 돼 3월 6일 사임했다.

귀화하지 않은 기부자가 일본 이름을 써 외국인 기부라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 전후 사정을 보면 순수함이 느껴지는 기부임에도 외국인의 정치헌금을 금지한 실정법 위반을 겸허히 수용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입법로비'와 관련해 전국 청원경찰친목협의회 회원들로부터 수천만 원씩의 후원금을 받은 일부 국회의원의 행태는 거의 정상배 수준이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동료 의원들을 끌어들여 재판에 회부된 의원들이 면소 판결을 받을수 있는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그대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국회의원들이 기업이나 이익단체에서 돈을 받고 법을 만들어주는 '하청입법'이 판치게 될 것은 뻔하다.

부패의 합법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돈 정치'의 폐해를 청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로인해 정치자금의 수원(水源)이 메말랐다는 불만이 일각에서 터져 나오지만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미국이나 일본의 의원 수준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정치를 위해 법을 준수하고 돈이 적게드는 쪽으로 정치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입법권을 남용한 사례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 세비를 5.1% 증액하는 국회예산안을 처리했고, 보좌관(5급)을 한 명 더 늘리는 법안과 전직 국회의원에게 국가 예산으로 매월 120만 원씩을 지원하는 헌정회 육성법안도 통과시켰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을 짝짝꿍으로 처리함에 있어서는 여야의 구분이 없다. 심지어 여야 54명은 직계 존·비속의 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되지않게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그 이유로 헌법의 연좌제 금지조항을 들먹인다. 자신이 연루되지 않은 가족이나 친인척의 범죄로 불이익을 받는 연좌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국회의 입법권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이제 공은 국회법사위로 넘어갔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본회의에 앞서 법사위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폐기시켜야 옳다. 여야 정치권이 이 법안을 계속 밀고나가 본회의를 통과시킨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고운석<시인 무진문화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