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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세 가지 즐거움은 첫째, 부모가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둘째,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것. 셋째, 천하의 영재(英才)들을 모아 놓고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맹자의 진심편에 있는 군자삼락(君子三樂)이다. 이것을 인생삼락(人生三樂)이라고도 말한다.

요즈음 우리 대학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데, 내가 가르치는 시간에 중국 유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그들이 우리말을 약간 알아듣지 못할 때는 한자(漢字)를 쓰거나, 서툴지만 중국어(中國語)로 말하면 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어 강의하는데 너무나 즐겁다.

한국어를 잘 모른 학생에게 한국어로만 강의를 듣는다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전체는 알아듣지 못 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여 졸업 때가 되면 한국어를 잘 하게 되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최근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학생들의 자살사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카이스트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 중심대학의 모델을 제공하기 위해 1971년 영재교육기관으로 설립되었다.

한국사 책을 제외하고는 영어 원서 교과서로 강의하고, 방대한 숙제와 시험이 매주 이어진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어려운 영어로 구성됐고, 일주일에 이틀 이상 밤을 새우지 않으면 숙제를 해낼 수가 없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수습하기 위해 입학 후 첫 두 학기는 학사경고를 면제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수습책을 발표한 것 같다. 그러나 카이스트가 학부생들의 학업 부담을 지금보다 줄이기로 한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생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공부가 필요한 실정이며, 선진국인 미국이나 우리보다 못한 인도의 유명 대학에 비해 전공 수업이 부족하다고 한다. 대학 때 기본이 되는 공부를 많이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세계적인 경쟁자들을 이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일반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어떤 대학은 졸업해도 기본 지식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을 정도로 실력이 떨어진다. 다만 대학이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높여 가는 과정에서 무조건 평가만 하는 것은 무리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자살 사건으로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면서 점진적 교육을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좁은 영토에 자원빈국(資源貧國)으로 과학기술 밖에 의지할 것이 없는 우리나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 천재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 카이스트 같은 대학이 하나라도 있어야 대한민국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지나친 징벌이 많은 것은 좋지 않지만, 성과에 따라 수업료가 차등적으로 부과되는 것은 어느 정도 지켜져야 한다. 못하는 학생보다 잘 하는 학생에게 공정한 보상은 학생들이 체험해야 할 중요한 교육이라고 본다. 영어로 수업하는 것의 폐해도 교수들의 영어가 너무 조잡해서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공에는 영어로 수업하는 게 좋은 훈련일 것이다. 자살자들 때문에 학업부담을 20% 줄이거나 혹은 학사경고를 완화시킨다면, 일시적으로 학생들이 편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에서 후퇴할 것이다.

공부란 자기 자신의 자아추구를 위해 하는 것이지 결코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학생들이 죽음까지 감행한 것이야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죽음의 가장 큰 책임은 본인 자신에게 있다. 학생들은 자기의 능력과 적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능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그 스스로의 성향과 적성이 몸담고 있는 곳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자살보다는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옳을 방법이다. 공부라는 틈바구니에서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들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꼭 공부만 잘 해야 출세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신념과 의지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장. 호남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