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1950년 한국전쟁시 9월 15일 유엔군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바뀌어 북으로 후퇴를 못한 패전잔당 공비들은 지리산, 모후산, 백운산, 담양가마골, 백아산 등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저항했다.

특히 백아산은 산세가 험악하여 빨치산 총사 고지가 있을 정도로 공비 거점지역으로 유명했다.

토벌군 11사단 사단장 준장 최덕신(崔德新)은 견벽청야(堅壁淸野)작전으로 작전지역 내 산간마을을 모두 불을 질러 공비활동 근거지를 없애고 백아산을 거점으로 저항하는 공비를 고립시키는 작전을 전개하였다.

이 초토화 작전으로 무등산 뒤에서부터 이서면 21개 마을, 담양군 남면 대덕면 5개 마을 , 북면 24개 마을 등 모두 50개 마을을 모두 불을 질러 초토화하였다.

온 동네가 불바다가 되어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고 집에서 키운 소, 돼지, 닭, 개들은 갈 곳을 잃고 불에 타 죽고 여기저기로 불길을 피하여 도망하는 처참한 광경이 60년이 지났어도 어제인 듯 눈앞에 선명하다.

나도 울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울고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도 모두 울었다. 산천초목도 벌벌 떨고 무등산도 울고 백아산도 울었다.

힘없는 주민들은 50여년을 말 한마디 못하고 갖은 고생을 하면서 살았다. 군인이 사람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다가 빨갱이로 몰아 족치는 암울한 세상이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6·25전쟁은 이북 공산도배의 불법남침으로 발발했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이승만 정부와 국군이 나라를 지키지 못한 책임 또한 크다 할 것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공산치하에서 신음하고 고통받는 것만도 슬프고 원망스러운 일인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어야 할 국군이 공비토벌도 해야 하지만 죄없는 민간인을 죽이고 민간인 집에 불을 지른 것은 아무리 전시라 할지라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이다.

토벌작전 지역 내 민간인 집을 소각 희생시켜 공비토벌을 완료했으면 전쟁이 끝난 후 복구사업은 당연한 국가적 책임인데 복구는커녕 그 사실 마저도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은폐해 버렸다.

다행히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에 의하여 2005년 12월 1일 발족한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조사에서 이 사실도 정식 확인되었다.

“11사단은 공비토벌 작전 시 민간인 소개령이 정식문서나 명령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특히 빨치산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마을 소각을 할 경우 주민들은 혹한기에 거주지와 식량을 상실한 채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군 작전 시 주민 소개도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군은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소각 강제 소개조치를 시행한 것이 확인되었다”라고 진실규명 조사보고서에서 확인하여 국회와 대통령께 보고하였다.

이를 근거로 피해배상을 하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장을 법원에 냈지만 법원은 현행 민법을 적용하여 시효완성으로 기각 처리하였다.

백아산 주변 피해 주민들은 특별법을 만들어 적이한 배·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한 진정서를 국회와 각 정당, 그리고 여러 국회의원께도 보내 놓고 억울하게 희생된 양민 피해 배상과 더불어 민가 소각에 대한 특별법이 하루속히 제정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특히 배·보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가의 위란시기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국가 공권력이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역사적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며, 다시는 이 나라에 전쟁이 없고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작전을 총지휘한 11사단 사단장 최덕신은 결국 월북하여 고위직에 있다가 평양에서 사망한 인물이다.

거창 양민학살과 백아산 지구 민간인 가옥 집단 소각 사건 등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람 일은 참으로 모를 일이다. 세월은 흘러가도 백아산은 알고 있을 것이다.

제공. 정승호 <전남 화순군 북면, 이서면 피해주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