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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돌기 시작한 어느날 나라를 위해 개혁을 주도하다가 조선시대 사약을 받은 정암 조광조 선생의 유배지를 찾았다. 그날 따라 봄 바람은 훈훈한데 관광객이 없는 정암 선생의 흔적은 쓸쓸하기만 했다.

개혁파 정암 조광조는 도학정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정치가이자 학자이다. 그는 국왕 교육, 성리학 이념의 전파와 향촌 질서의 개편, 사림파 등용, 훈구 정치 개혁을 급격하게 추진했다. 1518년에 천거를 통해 과거 급제자를 뽑는 현량과 실시를 주장, 인재 28인을 선발했다. 훈구정치를 극복하려는 정책들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소격서를 미신으로 몰아 혁파한 것은 훈구파 체제를 허물기 위해서였다.

당시 조선시대의 정치권은 훈구(보수)와 사림(개혁)세력이 양립해왔다. 양 권력이 평행선을 유지할 땐 평화시대가 되지만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양 세력 진통기에는 혼란시대로 수많은 인물들이 죽거나 귀향 가는 등 격동이 시작되고 옥사가 시작된다. 정암은 1519년에 중종반정의 공신이 너무 많고 부당한 녹훈자가 있음을 비판, 결국 105명의 공신 중 2등 공신 이하 76명에 이르는 인원의 훈작을 삭제해 버렸다. 이런 여러 가지의 결과에 의해 급기야는 반대파에 의해 ‘조광조가 왕이 될 것(走肖爲王)’이라고 새겨진 벌레먹은 나뭇잎이 임금에게 바쳐져 결국 그는 능주에 유배, 곧바로 사사되었다.

정암 조광조(靜庵趙光祖, 1482∼1519)선생은 이곳 능주에서 사약을 받고 죽은 후 조선시대 선비들로부터 추앙을 받았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으뜸이다. 즉 깨끗함이 '정암정신'의 상징이다. 정암 선생의 서원이 전국적으로 20여 곳이나 되지만, 전남 화순 능주골에서 가장 빛나고 있다. 그 이유는 선생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임금이 어버이처럼 사랑하고(愛君如愛父) 나라 걱정을 내 집 걱정하듯 하였노라(憂國如憂家) 밝은 해가 이 세상을 내려다보니(白日臨下土) 나의 붉은 마음 환히 비추리(昭昭照丹哀) "임금은 신하를 버렸지만 신하는 임금도 백성도 버리지 않는다"는 정암 선생의 마지막 시이다. 덕(德)과 예(禮)로 다스리는 유학의 이상적 정치인 왕도를 현실에 구현하는 정암사상의 핵심은 요즘 정치인들에게도 커다란 교훈이 될 것이다.

죽수는 능주의 옛 이름. 대나무 골이란 뜻으로 부러지되 굽히지는 않은 靑竹(청죽)처럼 곧은 선비의 고장이다. 죽수서원은 능주면 남정리 산자락에 위치한다. 조광조를 포함 동국 5현(김굉필 정여창 이언적 이황)이 봉안돼 있다.

● 조광조 유배지 능주 가는 길

고속버스 → 빛고을 광주광역시 → 고속버스 터미널 →화순군내 버스 218번. 시내버스 118을 → 종점 능주면

기차 → 광주역 → 시내버스 17번 → 화순읍→ 218번. 118번으로 갈아타고→능주 종점.

● 죽수서원 가는길

능주면 소재지 → 능주역 인근 철도 건널목을 지나 → 이양, 보성 방면(승용차 5분 거리)→ 좌측 산아래(길가에 간판이 선명하게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