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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북풍이 길가는 사람의 외투 벗기기 내기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북풍이 이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바람이 세차게 불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외투깃을 틀어잡고 단추를 단단히 잠그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은 외투자락 하나 흔들만한 힘이 없지만, 그 뜨거운 빛으로 외투를 저절로 벗겨지게 한다.

이 우화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고, 동시에 태양의 승리를 부정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실제로 우리의 현실을 보면, 태양보다도 북풍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편당을 갈라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는 정치판이 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상대방의 온갖 약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확인되지도 않은 루머를 마치 사실인양 우선 폭로부터 하고 본다.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이 시대를 난국이라할 만하다. 도산 안창호선생은 망국적인 우리 민족의 병을 두 가지 들었다. 하나는 편당을 지어 자기편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정치판을 보면 일제강점기 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불식해야할 고질적인 병폐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도산 선생이 우리 민족을 향해 외쳤던 두 가지 강령이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한 것이다. 그 첫째는 편당 짓지 말고 협동하는 것이고, 그 둘째는 거짓말하지 말고 서로 신뢰하는 것이다.

도산 사상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정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직을 자세히 풀이하면 다음 일곱가지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약속에 정직한 것(신용)

둘째, 의리에 정직한 것(신의)

셋째, 돈에 정직한 것(청렴)

넷째, 규칙에 정직한 것(스포츠맨 쉽)

다섯째, 법에 정직한 것(준법 정신)

여섯째, 자기 직분에 충실한 것(성실, 충실)

일곱째, 양심에 정직한 것(도덕) 등이다.

이 혼탁한 시대에 위의 일곱 가지 정직을 지키려면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이기면 결과적으로 자연히 남을 이기게 되고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즉, 아픈 만큼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가 잘 되려면 먼저 남을 잘 되게 도와주어야 한다. 남이 잘 된 연후에 그 덕은 심은 대로 거두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낙오자는 과거를 자랑한다. 그리고 남의 과거에서 약점만을 들추어내어 흠집내기를 한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미래를 설계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상대방을 헐뜯기보다는 정책으로써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

같은 손이라도 주먹을 쥘 때는 북풍이 되고, 손바닥을 펼 때는 태양 빛이 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논리학의 책에는 주먹을 그려 놓았고, 수사학 책에는 손바닥을 그려 놓았다고 한다. 논리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복종해야 되는 힘이지만, 수사학은 상대방의 마음을 달래어 자진해서 따라오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남을 협박하거나 때릴 때에는 주먹을 쥔다. 그러나 달래거나 쓰다듬을 때에는 손바닥을 펴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먹이 힘세 보이고 남을 다스리기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힘없어 보이는 손바닥이 몇 백 배나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을 포용하는 현자의 자세가 그렇고 어린아이를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이 그러하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