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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의 역사를 지닌 매사냥이 지난해 우리나라와 벨기에 등 세계 11개국 공동명의로 유네스코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까투리,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훠이 훠이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익히 들어본 우리 민요의 첫대목이다. 여기서 까투리란 암꿩을 가리키며 수꿩은 장끼라 부른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꿩 잡는 게 매' 라는 말과 '시치미를 떼다' 라는 말이 있다. 둘 다 매사냥과 관련한 말인데 매사냥은 그 역사가 4000년 이상이나 되며 우리나라는 삼국사기에 신라 진평왕이 매사냥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는 등 그 유래가 멀다.

우리의 경우 특히 고려시대에 매사냥이 유행하였는데 해동청이라는 말은 원나라 사람들이 붙인 명칭이다. 해동은 곧 우리나라를 말하며 청색을 띤 보라매를 해동청이라 불렀는데 보라매는 태어난 지 1년이 넘지 않은 야성이 강한 매를 말한다. 보라매는 사람 손에서 1년 정도 자란 것을 수진이(手陳伊), 야생에서 1년 정도 자란 것을 산진이(山陳伊)라 부르며 하얀 색은 송골매라 부른다.

2010년 유네스코에서는 우리나라와 벨기에 등 세계 11개국 공동명의로 매사냥을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매사냥은 매가 꿩을 잡는 것을 말하는데 꿩 사냥이라 해야 그 의미가 더 분명할 것 같으나 일반적으로 그냥 매사냥이라 부르고들 있으며 세계 무형유산 목록에도 그대로 매사냥으로 등재했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은 어떠한 좋은 수단과 방법 보다도 그 결과를 중시할 때 쓰는 말이며 '시치미를 떼다'란 말은 어떤 일을 해놓고 모른척 할 때 쓰는 말인데 시치미는 매에 붙이는 주인의 표지물이다. 곧 매를 키운 주인이 매에 표지물을 부착하여 분실에 대비한 것인데 시치미를 떼어 버리면 누구의 것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된다.

매사냥은 개인이 하기 보다는 팀을 이뤄 하였다. 곧 꿩을 몰아주는 몰이꾼(털이꾼), 매가 날아가는 방향을 봐주는 배꾼, 매를 길들이거나 다루는 봉받이 등이 한 팀을 이루어 꿩을 잡는 단체 놀이로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관찰력과 끈기 등이 요구된다.

매는 한로(寒露)와 동지(冬至) 사이 곧 10월 초와 12월 이십이 일 경에 포획하여 매방 또는 응방이라는 곳에서 응사(鷹師)라고 일컫는 사람이 길렀다. 이때 응(鷹)은 매를 뜻하며 매를 부르는 명칭은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도 여럿 있다.

우리나라는 매사냥을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에까지 등재시키는 등 전통문화 보존에 심혈을 기울여 오고 있으나 매 자체가 멸종 위기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서 매를 붙잡지 못하게 함으로써 매사냥 기술의 전수에 매우 곤란한 실정이라고 한다. 천연기념물의 보호라는 원칙과 매사냥 기술의 전승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슬기롭게 풀어가기 바란다.

고려시대 후기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응골방이란 책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 사육서인데 이조년 등이 편찬자로 알려져 있으며 매의 형체, 부리, 발, 깃털 등에 대한 설명은 물론 매의 천성과 감정 표현까지 잘 설명해두었다. 뿐만 아니라 매의 사육에 있어서 줘야할 먹이와 주지 말아야 할 먹이 등을 설명했는데 참새, 꿩, 닭, 메추리, 토끼 등은 먹이되 사슴, 수탉, 고양이 등은 먹여선 안 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매의 훈련법은 물론 관리와 치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으며 특히 매의 자태와 사냥의 기교 등을 노래한 부(賦)와 시(詩)까지 있어 매에 대한 종합 안내서라 할만하다.

유네스코 인류의 무형 유산에 등재된 우리의 문화유산 매사냥, 이를 대중화하고 관광 자원화 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야생의 매가 멸종의 위기에 처한 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매를 잡아 길들여 매사냥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매사냥의 현대화 방안을 고안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령 매사냥을 하기 위한 매를 사육하여 인공적으로 부화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며 사냥의 대상 또한 자꾸만 소멸되어 가는 꿩 대신에 닭이나 오리 등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한국의 원생성 문화유산, 이는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훌륭한 체험 관광 자원임에 틀림없다. 문제가 있으면 그 것을 풀어나가는 방법도 있는 법, 지혜와 슬기를 모으면 산인들 무너뜨리지 못할까.

최한선<전남도립대 교수ㆍ광주예총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