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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칼럼>1억짜리 '명품백' 누가 쓰나 | | | 입력시간 : 2011. 10.05. 00:00 |   |
여성 해외여행객이 명품을 밀수해오다 세관에 걸리면 "루이뷔통 가방 하나 가지고 촌스럽게 왜그래요?" 라고 항변한다. 이런 세상이다보니 이곳 광주에서까지 "명품사러 수도권으로 원정간다." 광주의 백화점 고객중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매년 늘고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14년 KTX 서울~광주 구간이 완전 개통된다면 수도권으로의 지역 자원유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역 백화점이 제공한 대구 경북 연구원의 '2009년 말 KTX개통이 대구지역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에 따르면 유통·관광·교육·의료 등 주요 서비스산업 부분에서 서울·대전·대구·부산·기타 등의 KTX 주요 정차 도시를 대상으로 개통 후 서비스 이용 증가 비율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최소 48.1%에서 82.6%까지 대부분 증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품이라는 마력이 선두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으로 이끈 프랑스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현대인의 상품 소비를 '사회의 계급질서와 상징적 체계'라고 규정했다. 상품의 기능보다는 상품이 상징하는 권위를 구매함으로써 사회적 차별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소비자학)는 한국인의 사치품 소비 동인(動因)을 '과시형(남과 같을수 없다)' '질시형(남만 할쏘냐)' '동조형(남들이 하니까)' 등으로 분류했다. 사회적 차별화는 과시형과 통한다. 직장인 여성 A씨의 '명품족 예찬'을 들어보면 이렇다.
"한국과 같은 '간판사회'에선 가방에 달린 명품 로고가 '명함'을 대신하는 측면이 있죠. 하지만 진정한 명품족은 가죽, 바느질, 염색, 장식 하나하나의 미묘한 차이에 주목해요. 이렇게 고른 명품에 비싼값을 치르는 건 예술작품에 투자하는 것과 같죠. 제 경험상 명품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뛰어난 여자들은 대개 똑똑하고 일도 잘하더군요."
▲컨설팅기업 '매킨지&컴퍼니'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은 2006년 이후 매년 12%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45억 달러(약 4조8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가계소득에서 명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달해 명품족 많기로 소문난 일본(94%)보다 소비성향이 더 높다. 수작업으로 연 700~800개를 생산하는 에르메스 버킨 핸드백은 국내 판매가가 1200만 원 정도다. (최고가 소재로 꼽히는 악어가죽 켈리백은 5000만 원대.
버클 부문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모델이 1억 원대지만)한국에서 이 백을 주문해 놓고 몇 년씩 기다리는 사람이 1000명을 넘는다. 일본에선 일주일에 50만 원 정도를 받고 버킨백을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가 인기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명품 대여사이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직장인 김 모씨(25·여)는 이달 초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 3만5천원을 주고 '샤넬 쇼핑백'을 구입했다. 그는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샤넬 종이 쇼핑백이 혹시 구겨지거나 때가 탈까봐 애지중지하면서 이따금씩 외출할 때만 들고 나선다.
그는 "어설픈 '짝퉁' 가방을 갖고 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명품 쇼핑백이 더 폼이 난다"고 말했다.
명품 인기가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까지 번지고 있다. 이 쇼핑백은 명품을 살 경우 매장에서 제품을 담아주는 것. 샤넬과 루이뷔통, 프라다 등 대부분 명품 업체들은 제품을 구매할 경우만 쇼핑백을 줄 뿐 별도로 판매하지 않는다. 이같은 '희소성'이 명품 쇼핑백의 인기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 번돈으로 향유하는 소비를 다른 사람들이 나무랄 수는 없다. 직접적인 사용가치뿐 아니라 기호와 이미지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야 돈이 돌고 경제가 굴러간다. 돈 많은 부유층이 취향 높은 상류층으로 성숙해지면 '무역 한국'의 위상이 상품 수출국에서 브랜드 수출국으로 '양질전화'하는 날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제능력이 없으면서 명품에 탐닉하는 '된장녀'는 딱한 노릇이다. 아울러 수입 명품만 찾지 말고 인삼과 전자제품처럼 국산명품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고운석<시인. 광주남구발전 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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