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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교인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 후폭풍이 광주를 비롯 전국을 흔들고 있다. 성은 신성한 것이지만 인화학교 성폭력은 가해자가 죽음을 당해 마땅할 짓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은 쾌락에만 빠지면 정욕을 생각한다. 감각이라 하면서 육감성을 생각한다.

육체라고 하면서 아랫배를 생각한다고 한다. 이 세가지 좋은 것 때문에 명예를 빼앗긴다. 그런데 어느 한 고을에서 무척 바람을 피우고 다녔던 한 가장이 투정하는 부인에게 코를 물려 절반쯤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봉합수술을 받았다는 조그마한 기사를 20년 전에 읽었다. 나도 되고 않아도 되는 하찮은 일일수 있다.

하지만 부인이 얼마나 속을 썩였길래…하며 동정하는 이도 있었을 것이요, 대단한 맹렬여성이구나…하고 눈을 땡글하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한쪽 편을 동정하고 탓하기 이전에 질투의 전통적 끈질김에 감회가 깊어진다.

우리 옛 전통사회의 여자의 칠거지악(七去之惡) 가운데 '투(妬)'가 들어있다. '투'자는 남자들의 성적 횡포에 대한 여자들의 나약한 저항이랄 수 있다. 그 '투'를 칠거지악으로 묶었다는 것은 그 횡포를 윤리적으로 보장한 것이 된다. 이 횡포에 저항이라도 하듯이 여자들은 바람을 피우는 남편에 대한 최후 수단으로 코를 물어뜯어버리는 '코문이'라는 발악을 했던 것이다.

코문이를 당하면 육체적 훼손뿐 아니라 사회적 체면이 말이 아니기에 바람을 덜피게 하는 공갈수단이 되기도 했으며 일부일처의 제도를 유지시키는 활력소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코문이'는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습속은 아니었다.

남태평양 일부다처의 피지섬에 선교를 갔던 영국 선교사 E.윌리엄스가 그 섬에 코가 비틀어지거나 코가 없는 남녀가 많은것을 이상하게 여겨 물었더니 여자가 코가 없는 것은 질투하는 여자에게 코문이를 당했기 때문이요, 남자가 코가 없는 것은 독점하고싶은 여자에게 코문이를 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한다.

왜 질투에 코가 우선적으로 희생돼야 했던가는 인류학적 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 <심청전>에서 바람기 많은 뺑덕어멈이 코 큰 총각만 골라서 떡을 사주는 저의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코는 남성의 성기(性器)로 유감(類感)되고 이를 상징했다.

이 역시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었다. 음탕하기로 악명이 높은 14세기의 나폴리 여왕 요한나도 뺑덕어멈처럼 코 큰 남자만 골라 정부(情夫)로 삼고 있으며, 중국 고전인 <하간전(河間傳)>에 보면 하간의 음부들도 코를 보고 정부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것을 미뤄보면 코문이의 상징적 의미를 알것 같다.

그런데 최근 TV에서 보는 드라마 등에서는 남·녀가 다같이 바람을 피우는 장면(불륜)이 자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코가 잘린 일 없이 막가고 있고, 또다른 한편에선 앞에서 언급했지만약자인 장애인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폭풍을 몰고왔다. 영화 '도가니'가 일주만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 '광란의 도가니'가 온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피며 우리 모두를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광주시 교육청은 지난 27일 '인화학교 성폭력사건 대책반'을 구성해 우선 지난해 장휘국 교육감 취임 이후 인화학교 폐교를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전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날 대책반 가동과 함께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며 "대책반을 통해 인화학교의 전반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 학생들이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전학을 원할 경우에는 특수교사와 수화통역을 배치할 예정이다.

인화학교에는 현재 '도가니'에 등장하는 성폭행 가해자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받지 않은 1명과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한 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2명 등 관련 교사 3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인화학교는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란다. 코가 잘리지 않은것 만으로도 다행으로 알아야 할 것 같다.

고운석<시인. 광주남구 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