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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도곡면 대곡리유적은 세형동검 3점, 다뉴세문경 2점, 팔주령 2점, 쌍두령 2점 등 국보 143호로 일괄 지정된 유물이 출토된 곳으로 유명하다.

이들 유물은 지난 1971년 영산강의 상류에 해당하는 지석천을 끼고 있는 낮은 구릉 위에 자리한 대곡리 민가의 담 밖에서 출토되었다.

주인이 담장 바깥으로 떨어지는 낙수로 인해 물이 고이자 배수로를 만들기 위해 삽과 곡괭이로 땅을 파면서 유적이 알려지게 되었다. 곡괭이로 땅을 파자 속이 비어있는 듯 텅텅 소리가 났으며, 고철 같은 희한한 물건들이 줄줄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집주인은 아무 생각 없이 며칠 뒤 엿장수에게 물건들을 팔았는데, 엿장수가 예사롭지 않게 생각하여 곧바로 전남도청에 신고하여 발굴조사를 거쳐 국보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세형동검과 팔주령을 비롯한 유물들은 풍화된 바위를 파서 만든 장방형의 무덤구덩이(석곽묘)에서 출토됐다. 또한 무덤 바닥의 동쪽 부분에서는 길이 90㎝, 너비 45㎝의 두꺼운 나무토막이 확인되었다.

무덤 내부에 위치한 묘광의 네 벽과 바닥은 청회색의 고운 진흙이 10㎝ 정도의 두께로 발라져 있었다. 통나무 목관을 놓은 후 깬 돌로 채웠는데, BC 2세기∼A.D. 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무덤은 세형동검과 팔주령 등의 출토 유물을 통해 볼 때 정치 권력자이며 종교 제의(祭儀)를 주관하던 제사장이 묻힌 것으로 짐작된다. 팔주령 등 방울류는 샤만의 무구(巫具)로 추정되고, 잔무늬거울은 오늘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거울처럼 화장용이 아니라 신의(神意)를 받는 의기(儀器) 혹은 종교적 권위의 상징물이었다.

또한 세형동검 등 무기류는 권력을 소유한 사람의 높은 신분을 상징한다. 이들 유물은 청동기시대를 거쳐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시대상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우리는 아쉽게도 국가형성기의 발전과정과 사회모습을 알 수 있는 문헌사료가 별로 남아 있지 않아 연구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또한 전남 지방에서 청동기시대의 후기를 대표하는 세형동검을 비롯한 청동 무기와 청동방울 등이 출토된 유적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대곡리유적 등에서 출토된 고고자료는 역사복원과 사회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에 속한다. 화순 대곡리 외에 함평 초포리를 비롯하여 영암 신연리·나주 청송리ㆍ함평 월산리ㆍ장흥 학송리 등에서 동일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들 유적은 전남지역이 세형동검문화 단계에 이르러 충청지역과 더불어 문화 선진지대로 부상한 사실을 보여준다.

마한 영역에서는 금강 유역을 비롯한 충청지역이 청동문화가 먼저 발전된 선진지대였다. 세형동검 등을 소유한 집단이 중국 요령의 대릉하 유역-심양 일대에서 바닷길을 통해 충청 해안지역으로 이주하여 마한의 사회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형동검문화는 BC 3세기를 전후하여 중서부지역을 벗어나 서남부와 동남부 지역, 한강 유역과 강원도 해안지역, 일본 열도로 확산되어 나갔다.

그러나 세형동검문화를 영위하며 지배층으로 군림한 집단은 요녕지역에서 바닷길을 통해 내려온 이주민 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었다. 전남지역의 경우 영암 장천리 지석묘에서 세형동검이 출토되듯이 청동기시대의 토착집단이 자신들의 전통을 유지하며 선진문물을 흡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세형동검문화를 소유한 채 북에서 내려온 이주민 외에 토착집단의 수장층 일부도 선진문화를 흡수하여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으로 부상하였다. 대곡리 유적 등이 만들어지는 BC 2세기 후반대로 내려오면서 영산강 유역을 비롯한 전남지역은 청동 유물의 종류와 품질에서 금강 유역을 앞서기도 한다. 또한 청동방울과 세문경, 청동창 등을 부장한 가장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묻힌 무덤이 등장하게 된다.

세형동검 등의 유물은 함평ㆍ화순ㆍ영암 등 영산강 유역의 중ㆍ하류지역에서 주로 확인되고, 앞선 시기의 비파형동검을 비롯 청동 유물은 보성강 유역과 남해안지역에서 출토돼 지역 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영산강 유역은 세형동검문화를 받아들이며 초기 마한사회의 중심지로 부상됐다.

화순 대곡리유적에서 출토된 세형동검과 팔주령 등의 유물은 그 사실을 반영하며, 이들 유물이 일괄적으로 국보 143호로 지정된 배경이 됐다.

문학박사(백제사)ㆍ전남문화예술재단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