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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2012년 남북협력 예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나아가 통일 재원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할 수도 있어 보인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통일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1조70억원 규모다. 올해 1조153억원보다 조금 줄었지만 예년 수준이다.

남북협력기금은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망라한 대표적 대북 예산이다.

내년 주요사업을 보면 쌀 40만t 지원에 3천100억원, 비료 30만t 지원에 2천189억원이 반영됐다. 신규 사업으로 대북 자연재해 지원용 150억원이 포함됐다. 이를 합한 인도적 지원 예산은 일부 품목의 단가 상승을 반영해 올해 6천209억원에서 내년 6천550억원으로 증액됐다.

현 정부 들어 협력기금은 1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남북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집행률이 10%에도 못미쳤으나 관계가 개선될 때를 대비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국회 예산심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렇다 할 변화를 예상하긴 어렵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으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에 엿보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금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기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만일에 대비해 예비비를 넉넉하게 가져갈 필요성도 제기된다. 재해 등 예산 편성 당시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대비하는 예비비는 올해 2조4천억원 수준이지만 내년 2조8천억원으로 잡아놨다.

일반예비비는 일반회계 예산의 1%를 넘기지 못하지만 목적예비비는 제한이 없다. 예비비를 두둑하게 가져가는 것에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던 만큼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통일재원 논의에 다시 불을 댕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통일재원은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은 반드시 온다.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시급성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컸다.

통일비용은 기관마다 고무줄이지만 천문학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신 자료인 통일부 용역결과를 보면 2030년 통일을 가정한 중기형 시나리오에서는 통일 전 20년간 남북 간 공동체 형성 비용으로 79조원이다. 통일 후 2040년까지 통합비용으로는 739조~2천757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단기형 시나리오(2020년 통일)에서는 통일 전 10년간 7조7천억원, 통일 후 10년간 371조~1천253조원 등 총 379조~1천261조원이 들 것으로 봤다. 통일 후 초기 1년간 비용은 단기형 27조~120조원, 중기형 56조~278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재원 논의는 최근 통일계정을 남북협력기금에 만드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른바 '통일재원 항아리'로 표현해온 통일계정을 기금에 신설하고 정부와 민간 출연금, 남북협력기금 불용액, 다른 법률이 정한 전입금이나 출연금을 재원으로 하겠다는 게 통일부 구상이다.

통일 후 초기에 드는 예산만 최소 27조원이라는 점은 내년 예산안 총지출의 8%에 해당한다. 재정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 사망과 맞물려 '항아리' 규모도 논란이 되겠지만 돈을 채우는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