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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정의라는 미명하에 감추어진 이해 관계의 충돌로 사리(私利)를 위해 공공을 빙자하는 것이다. 한데 민주통합당이 요즘 세게 나오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재벌세 도입, 일감 몰아주기 처벌 등 고강도의 경제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총선 정국의 기선을 잡는데 성공했다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4월 총선 승리 이후에는 ‘일자리 추가 경쟁예산’을 추진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이 대통령 측근 비리와 민생경제 실패등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도까지 하락하고, 안철수 교수에이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지율에서 박근혜를 앞서면서 집권당을 염두에 둔 포석을 놓고 있는 셈이다.

사실 민심이 많이 변했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사람을 만난적이 있다.

공천 발표가 나왔으니 바빠지시겠네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바쁜건 이제 다 끝났습니다. 이것이 얼마전까지의 부산의 극단적인 정치 현실이었다.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인식되는 부산에서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보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 것이 더 중요했다.

부산의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인물에 관계없이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부산에서 올라온 지인들이나 광주에서 부산을 다녀온 이야기는 많이 바뀌어있다. 시장에서 만난 60대 아저씨는 이번에는 한나라당을 절대 찍지 않겠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하더란다.

한나라당에 대한 부산의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간 적이 없다. 더구나 옆에있는 친구까지 자신도 이번 4·11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찍지 않을 테지만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새누리당(한나라당)에 표를 줄까 우려된다고 했단다.

나는 변하는데 나 이외의 부산 사람들 다수는 여전하니 결국 얼마나 변할지 몰라 걱정을 한 것이다.

이제 당명까지 바뀌서 새누리당이지만 안되겠다. 혹은 지금의 새누리당은 안된다는 정서지만 다른 사람의 속마음은 모른다는 이야기다.

호남 민심역시 과거와 많이 변해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출범과 한명숙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은 결국 ‘전부 바꿔서라도 정권교체를 해야한다’는 지역 정서다.

그러나 지지율은 영혼한 것이 아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게 지지율이다. 민심 변화에 따라 급전직하도, 급상승 할 수도 있다. 민심의 평가와 흐름은 정당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로 막강하다. 그러니 요즘처럼 빅 매치를 앞두고 기성 정당의 개혁·쇄신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민심을 살피는 정당의 촉수는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이념 분포는 대체로 보수 30%, 중도 40%, 진보 30%의 비율이라고 한다. 어떤 선거에서든 중도 40%의 민심을 얻은 정당이 승리하는 구조다. 새누리당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기도 하지만, ‘좌클릭’ 정책 공약을 잇따라 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 구도는 명확해진다.민주당 지지율이 30%대이고, 민주당보다 조금 뒤진 새누리당도 30%대다. 중도 40%가 정치 상황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도의 표심은 무관심 뒤에서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중도 40%가 양당을 바라보는 태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새누리당에 대한 중도 40%의 태도는 ‘주시’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워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어떤 인물과 정책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 줄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여기에 기대나 희망을 얹진 않고 있다.

이럴 때 민주당은 중도의 속내를 살피는 촉수를 더 다듬어야 한다 중도 40%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선거권에서 냉패를 볼 수 밖에 없다.

지지율 30%대 정당의 외면을 넓히려면 민주당은 합리와 상식을 좇는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의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