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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1일
<김정숙 교수> 음주와 풍류
입력시간 : 2012. 03.12. 00:00확대축소


그대는 언제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가?

달 밝은 저녁, 꽃 지는 석양, 비나 눈오는 밤, 낙엽지는 가을밤.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았을 때,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을 잃었을 때….

술은 기쁨은 더 큰 기쁨으로 슬픔은 위안하기 위해 마시는 것. 지기와 마주 앉아 한잔 술로 서로의 마음을 읽을 때 술이야말로 값진 음식이다.

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천의식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종교적 의례, 제사, 혼례 등 신성한 의식 음료인 술. 술은 신과 가장 가까운 음식으로 유일하게 절을 하는 음식이다.

고대부터 술이란 신령세계와 인간세계를 중개하는 사제, 즉 무당이 만들고 마셔왔다. 원시 술의 원류는 여사제가 쌀을 씹어 술을 빚었다. 그런 유래로 우리조상들은 술을 빚는 일, 첫 술맛을 보는 일, 술독에서 제사 술을 퍼내는 일은 주부의 고유 권한으로 여겼다. 우리의 음주관습은 여인은 술을 빚는 신성한 작업 담당자였으며, 술을 따르거나 술 심부름은 남자가 하였다.

우리나라는 ‘소학(小學)’에서 술의 예법을 익혀 술로 인한 추태와 분쟁이 거의 없는 예의의 나라였다. 간단한 요기를 위한 술집은 있었으나 몰려다니며 먹는 습속은 없었고, 술집에 노래와 춤을 추는 기생은 있었지만 옆에 앉아 같이 마시는 작부는 없었다. 음주란 자연을 벗하고 문예와 인생을 논하는 고상한 문화로, 아들이나 제자와 동행하여도 술 먹는 법도를 익힌 술자리는 품격 있는 자리였다. 기생을 가까이 하여도 문예와 가무에 능한 기생의 연기를 관람하는 풍류를 즐겨왔던 것이다.

옛날 선비들은 청아한 분위기에서 유유자적하며 술을 즐겼다. “잔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 그리던 님이 온들 반가움이 이리하랴…” 고산 윤선도는 ‘산중신곡(山中新曲)’중에서 노래했다. 송강 정철의 ‘장진주(將進酒)’는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로 시작된다.

조선조 명종 때 정승 상진(尙震)은 달이 뜨면 손님 왔다고 술상을 차려 내게 하여 달과 대작했는데 “달을 술잔 속에 담아 잔 기우니 달이 또한 나의 창자 속에 들어 안팎의 밝은 빛이 서로 오가니 그 아니 좋은가”고 읊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진정한 풍류를 즐길 줄 알았던 것이다.

술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많이 마시면 독이 되고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된다. 신비의 액체인 술은 원래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을 부추기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술을 마셔 감성이 풍부해지고 기지나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면 술을 마실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예부터 술에 대한 충고는 많다. 술 때문에 곤경을 겪는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의 불위주곤(不爲酒困)과 술은 무기와 같다는 뜻으로 절제하지 않으면 몸을 헤친다는 주유병(酒猶兵) 이란 말이 있다. 술에 휘둘리면 폭주로 건강을 헤치고 패가망신의 원인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풍습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예전에도 무인이나 장수들은 술을 호탕하게 마셨던 모양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 에 나오는 말로 번괘가 항우에게 한 ‘치주안족사’란 말이 있다. 치주란 큰잔에 가득 차도록 따른 술이란 뜻이다. ‘치주안족사’란 한잔 술은 사양하고 말 것조차 없다는 뜻으로 억지로 술을 권하거나 마실 때 흔히 쓰는 문자다.

‘열하일기’를 보면 중국에 갔던 우리나라 사신이 술 마시는 범절에서 망신을 당한 일화가 있다.

당시 중국 상류사회의 신사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는데 그들이 술을 작은 잔으로 홀짝홀짝 마시는 것이 영 사내답지 못해 보였다. 큰 주발을 가져오라 하여 거기에 가득 채워 쭈르륵 한숨에 들이켰다.

그런데 그들로부터 대범하다는 칭찬은커녕 오히려 비웃음을 당하였다. “그것은 술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논에 물을 데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진정한 음주의 풍류란 취하더라도 남에게 무례를 저지르지 않는 예절, 즉 주도(酒道)를 지키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김정숙(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과 교수)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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