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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Pygmalion)은 지중해 동쪽 키프로스 섬에 살았다는 조각가다. 꿈속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배우자를 찾기 위해 가깝고 멀리 있는 대부분의 여자를 만났지만, 결국 그는 이상적인 여자를 찾지 못하고 만다.

그래서 피그말리온은 자기가 그토록 보고 싶고, 느끼고 싶었던 여자를 밤낮으로 상아로 조각하였다. 그렇게 온 정열을 다해 깎아 내기를 얼마나 했을까?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아름다운 여자의 눈부신 모습이 그의 눈을 더욱 빛나게 하였다.

피그말리온은 그 조각을 잠을 잘 때도 옆에 뉘고 잤으며, 식사를 할 때도 조각과 함께 하였다. 그의 조각에 대한 열정은 마치 조각을 살아있는 아름다운 여인처럼 대하였다. 좋은 옷을 입히고, 찬란한 보석으로 온 몸을 장식하였으나 차가운 조각의 감촉은 그를 못내 아쉽게 만들었다.

이제 피그말리온은 또 다른 염원을 갖게 된다. 자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그 조각이 따뜻한 피가 흐르는 여인이 되었으면 하는 것, 피그말리온은 이런 바램으로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신전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도하였으며, 사랑의 여신은 상아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어 아름다운 여인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그렇게도 꿈꾸던 여인과 결혼하였다.

교육 용어에서 가장 이용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바로 이러한 그리스 신화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말로 사람은 진실된 자신의 모습보다 남으로부터 개대 받는 모습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호오손 실험(Hawthorn experiment)으로 검증되었다. 미국 시카고 교외의 서부 전기회사(Western Electric Company)의 호오손 공장에서 하버드 대학의 메이요(A>Mayo)와 뢰슬리버거(Roethlisberger) 교수의 지도와 협력 아래 1924년부터 1932년까지 8년에 걸쳐 조명실험, 계전기 조립 실험, 뱅크 배선 실험 등이 행해졌다.

그 결과 관리자의 기능공에 대한 인간적이고 긍정적인 감정은 모든 실험에서의 생산량과 능률을 배가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실험으로는 의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바이오 피드백(biofeedback) 치료,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등이 있었다.

실제로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자신의 학생들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들을 대하면, 그의 학생들은 이미 학업 성취력이 기대 이상으로 우수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담당한 학생들이 진실하고 정의롭다고 여긴다면, 분명 그 학생들은 그러한 믿음이 없는 다른 집단에 비해 진실 되고 정의롭게 변한다. 이것을 우리는 자기 충족적 예언(自己充足的豫言)이라고도 한다.

우리 앞에 있는 학생들은 상아와 같은 무엇으로도 조각될 수 있는 값진 존재이다. 조각가의 생각에 따라 훌륭한 정치가, 상도를 아는 경제인, 정의를 추구하는 판관, 묵묵히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 사업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상으로도 조각 될 수 있다.

그리고 야수와 같은 성격을 지닌 범죄인, 다른 사람을 속이고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사기꾼 등으로도 조각될 수 있다. 교사 앞에 학생은 나이가 어릴수록 백지(tabula rasa)에 가깝기에 교사의 자기 충족적 예언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믿음이다. 학생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그들의 인생이 결정되어진 것은 아니다. 대부분 그들의 인생은 자라면서 꿈을 갖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결정되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모나 교사의 믿음은 학생에게 그들의 성장에 많은 부분 영향을 미치고 결정적인 인생전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관한 비근한 예는 평강공주와 온달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평강공주의 온달에 관한 믿음은 놀림받던 바보를 대장군으로 만들었다. 대장군과 바보의 상관관계는 제로일진데 단지 평강공주의 믿음이 있었기에 정비례가 되었던 것이다.

사회의 발전, 물질 문명의 팽배 등은 부모에게조차 무관심과 버림받은 아이를 만들어 버리는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모의 무관심과 버림당하는 학생을 위해 마지막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교사마저 그들에게 무관심하고 ‘저런 애들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우리는 또 다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악인을 만들어내는 꼴이 된다. 자신에게 맡겨진 아이가 남들이 버린 아이일지라도, 헤진 옷에 누런 때 자국의 얼굴을 하고 있더라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그들은 결코 불행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흔들리는 우리 교육 사회의 최일선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그들의 과업을 수행하는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이 피그말리온의 열정으로 교실에 열기를 불어넣어 준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가 어둡다는 말을 그 누가 할 수 있으랴?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성경이 전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자기 충족적 예언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