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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어느 총선보다도 국민들의 커다란 관심을 모았던 19대 총선이 끝났다.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루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담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간인 사찰'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그 결과에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초반 선거전과는 달리 현 여당인 새누리당이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면서 향후 대선전에서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의 실정 등으로 어느때보다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던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이번 결과를 놓고 다시 한번 철저한 검증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의 의미는 무엇이며 호남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첫째,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국민들의 높은 관심에 비추어 54.3%에 머문 투표율은 정치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지난 18대 총선시의 46.1%에 비하면 다소 높아진 것이지만 국민적 관심과 SNS의 활용 등에 비추어 볼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지역에 따른 유권자의 특정 정당 지지 경향은 여전히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 서구 을에서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던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가 승리하지 못한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영남지역이라고 하여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적어도 특정 정당의 지역지배 현상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유권자들의 변화된 정서 속에서도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입성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셋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가 선거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실제 국회 운영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양당이 연대의 정신을 살려 모범적인 의회운영을 한다면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자리다툼 등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등 새로운 경쟁과 분열로 나타난다면 연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양당의 연대가 8개월 후에 치루어질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가 커다란 관심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연대의 효과는 이미 증명되었지만, 그러할수록 연대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분배를 놓고 분열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민주통합당의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는 것이 나타났다. 이는 비록 당내 경선이라고 할지라도 그 결과에는 승복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을 유권자들이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무소속후보들이 당선되었을 경우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공약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데 이는 정치의 신뢰와 유권자와의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적지 않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섯째, 선거풍토와 관련하여 불법과 탈법이 더 이상 나타나서는 아니 될 것이며 정책과 인물대결의 선거가 치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나친 고소고발은 지역민에게 정치 불신을 안겨다 주고 자괴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이 우리 지역의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하나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투표율에서도 과거에 비하여는 다소 높아졌지만, 선거과정에서의 높은 관심에 비해서는 다소 낮았다고 할 수 있다.

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선거과정 그리고 투표과정에 이르기까지 공정하고 모범적인 후보들 간의 페어플레이를 통해서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성숙되어져야 하고 지역정서 보다는 능력과 도덕성을 지닌 인물들이 국정을 담당함으로써 정치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오수열<전남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