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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못된놈 개만도 못한다고 하지만, 개 못된놈 사람만도 못하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요즘 TV나 신문등에서 보면 사람이 개만도 못한 놈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동물을 꼽으라면 개가 단연 으뜸이다. ‘나쁜 주인에게도 무조건 충성한다.’(못된 자식은 부모를 죽이기도 한데) 이렇다보니 개는 꼬리에 영혼이 있다고까지 한다.

주인을 보고 꼬리를 흔들 때는 그렇게 보인다.

그래선지 우리나라도 개를 많이 키우지만, 미국에는 개가 약 5천 200만마리 정도 있고 중국에는 1억마리 이상의 개가 있다. 1억마리의 개가 먹어치우는 곡식만해도 중국의 빈민층 8천만명의 절반을 먹여 살릴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따질 수 없는 것이 사람과의 개의 관계다. 개가 인명을 구한 기록은 많다.

1750년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잇는 성베르나르고개에서는 수도사들이 기르던 개들에 의해 폭설에 고립된 2천500명의 인명을 구조한 일이 있다. 옛날 김개인(金盖仁)이라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취해 길에서 잠이 들었는데 때마침 들불이 번져 몸에 불이 붙을 위험에 처했으나 모르고 있었다.

이에 기르던 개가 옆 내에서 몸에 물을 적셔 주인 곁으로 불이 번지지 못하게 들풀에 물을 적시고는 탈진해 죽고 말았다는 얘기가 최자(崔玆)의 ‘보한집(補閑潗)’에 나온다. 주인이 죽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개도 있다. 뿐만 아니다.

진(晋)나라 때의 문인 육기의 개는 육기가 서울에 있을 때 대통에 넣은 그의 편지를 천리 밖의 고향까지 전해 줬고, 러시아의 한 연금 생활자는 개를 훈련시켜 거리에서 구걸을 시켜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쿠바에서는 매년 4월 12일을 ‘개의 날’로 정해 놓고 개의 권리를 지켜주고 있다. 한데 미국 호주 등의 대형 돼지 농장엔 임신용 우리라는게 있다. 가로 60cm, 세로 210cm정도의 쇠창살로 만든 작은 우리다. 몸을 돌리지도 못할만큼 좁은 곳에서 암퇘지는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인다. 몇달간 꼼짝달삭 못한다.

좁은 공간에서 사육돼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는 불량 육질 발생률이 40%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맥도날드는 이런 임신용 우리에서 길러진 돼지고기의 구매를 줄이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동물권을 보호하라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압력에 손을 든것이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도 보호받을 동물권에 있다는 것은 1780년 영국 철학자 제레미벤담이 처음 주장했다.

1822년 영국에서 동물복지법이 만들어진 뒤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이 동물권보호를 잇다라 제도화 했다. 스웨덴에서는 애완견을 5시간 방치하면 고발당하고 유기견을 입양할 때 월 수입까지 심사받도록 할 만큼 관련법이 강화되는 추세다. 독일은 2002년 헌법에까지 동물권을 집어넣었다. 동물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이처럼 계속 강화되고있다. ‘

축산 공장화’로 고기가 대량 생산되고 돌고래쇼처럼 오락용으로 동물 이용이 증가하는데 때른 반작용이다. 실제로 치킨집에 대량 공급되는 암탉중엔 다리나 날개가 쉽게 부러지는게 많다고 한다. 암탉은 자연상태에선 연간 30개정도의 알을 낳는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사육장의 암탉은 좁은 틀안에서 연간 300개 이상의 계란을 생산한다.

이때 칼슘이 다 빠져나가 골다공증에 걸려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되는 탓이다. 미식가들이 즐겨찾는 거위간은 틀안에 갇혀 목만 내놓은 거위의 위에 튜브로 음식을 집어 넣는 방식으로 대량생산된다.

거위를 못 움직이게하고 영양분만 주면 간이 비대해지고 그만큼 공급하는 양이 많아진다. 미국환경운동가 게일아이스니츠는 저서<도살장>에서 소들이 숨이 끊어지지 않은 채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절단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동물권보호 확대는 대세다. EU는 올초부터 닭을 한군데서 모아 키우지 못하도록하는 법을 시행중이다.

세계동물보호협회는 방목유기농 축산품만을 사고 팔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한국에서도 동물학대를 이유로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와 청계천의 관광용마차가 올해부터 사라졌다. 농림수산부는 사육환경을 검증한 ‘동물복지 축산농장’ 12곳을 처음으로 인증했다. 아직 어느 수준까지 동물권을 보호해야 하는지 사회적 공감대는 없다. 그러나 기왕 동물복지 확대라는 국제흐름을 따르기로 한 이상 못된 사람보다 더 나은 개를 못된 놈이 먹고 있는 보신탕 때문에 만들어진 동물학대국이란 이미지는 지워졌으면 좋겠다.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