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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대학에서 해직되어 할 일 없어진 필자는 어려운 때에 그 공백을 메꾸는 데는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외국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곳저곳 수소문해 본 결과 학비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곳이 타이완(台灣)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정치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고, 그곳 교육부의 장학생이 되어 매월 타이완 화폐로 7천원(당시 환율로 한국 돈 21만원에 해당)을 받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필자가 타이완에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연유이다.

지금 우리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교류와 협력이 필수적인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지니게 되었고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을 배출하였는가 하면, 국제연합(UN) 사무총장에도 우리 한국인이 선출될 만큼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되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고 하니 외국과의 교류 협력은 이제 우리나라의 생존과 발전에 필수 조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화는 인적교류의 대폭적인 증대를 수반하고 있다. 그 중에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한국에 유학 오는 외국인 학생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학이라고 하면 우리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대략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유학생은 그 가운데 중국학생이 70%를 상회하는 등 편중된 점은 있지만, 그 분포 국가에 있어서도 크게 다변화 되고 있다.

광주․전남의 경우 약6천명의 외국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광주에 약 4천명, 전남에 약 2천명이 재학 중이고 그 가운데 전남대학교에 1,200여명, 호남대에 900여명, 조선대에 230여명 등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행복한 창조도시를 시정 구호로 제시하고 있는 광주는 국내외에 민주․평화․인권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많은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등 국제화에 진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다양한 국제행사와 회의를 유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에 광주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외국인 유학생만큼 좋은 자원이 있을까?

만약 광주․전남의 외국인 유학생이 몇만 명에 이른다고 할 때, 국제화는 자연스레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인구 감소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을 것이며 더욱 중요하게는 세계 각국에 광주제품을 마케팅 할 수 있는 고객 확보 등 일석삼조, 아니 일석오조가 아닐 수 없다.

제안하건데 유학생을 대거유치하고, 그들에게 광주를 제2의 고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행복한 창조도시의 핵심 어젠다’로 삼았으면 한다.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광양제철 등 대기업들이 유학생들에게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따뜻하게 환대한다면, 그들이 귀국한 후 제2의 고향에서 만든 제품에 향수를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필자 또한 타이완을 떠나온지 25년 만에 오는 12월 학자들을 이끌고 다시 그곳을 찾을 계획이다.

외교에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외교는 선린에 바탕 한 민간외교라고 한다. 외교가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국제화시대에는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못지않게 중요시 되고 있다. 광주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주를 ‘유학생이 행복한 도시’로 만들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 지금 그들에게 투자한다면 훗날 미래를 보는 혜안(慧眼)을 지닌 지도자였다고 평가 받을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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